이 얘기, 영화야 현실이야?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3.25 15: 11

영화가 현실의 거울이 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요즘이다.
25일 딸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딸이 지목한 용의자를 살해한 남성이 경찰에 자수한 사건으로 화제다. 전북 군산경찰서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딸이 지목한 용의자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딸의 아버지를 구속했다는 보도가 세상을 들끓게 하고 있다.
사법 기관을 믿지 않았고 자신이 직접 법의 심판자가 된 이 남성에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기본적인 정서는 씁쓸함과 안타까움이다.

더불어 이 사건이 보도되자 네티즌은 "영화같은 현실"이라며 개봉을 앞둔 영화 '방황하는 칼날'을 언급하고 있다.
'방황하는 칼날'(10일 개봉)은 한 순간에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아버지, 그리고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의 가슴 시린 추격을 그린 드라마. 정재영은 딸을 죽인 소년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뒤 또 다른 공범을 찾아 나서는 아버지 상현 역을 맡았고, 이성민은 피해자에서 단숨에 살인자로 바뀌어버린 상현을 잡아야만 하는 입장에 놓인 형사 억관 역으로 분했다.
주인공 역시 사법 제도를 믿기 보다는 스스로 '악'을 처단하는 아빠다. 다만 영화로 새롭게 태어난 '방황하는 칼날'은 원작 소설 속에 깃들어있는 사법 제도의 비판보다 보편적인 정서를 끄집어냈다는 전언이다.
그런가하면 너무나 현실 같아 가슴 아픈 영화도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 상영 중인 김희애, 고아성, 김향기 주연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현실을 반추하게 만든다. 영화가 가진 하나의 의미다.
영화는 아무 말 없이 세상을 떠난 14살 소녀 천지(김향기)가 숨겨놓은 비밀을 찾아가는 엄마 현숙(김희애)과 언니 만지(고아성), 그리고 친구 화연(김유정)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왕따 문제에 스스로 죽음을 택한 소녀. 이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호흡으로 펼쳐진다.
이 영화는 자극적인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고 밋밋할 수 있지만 메시지 만큼은 더욱 묵직하다.
김려령 작가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실제로 이 영화는 좋은 메시지를 가졌지만 흥행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칫 영화화 되지 못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고.
영화 속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만연하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사회적 문제를 자극적인 표현하는 대신 자연스러운 화법으로 던지는 것보다는 '스미는 것'을 선택했다.
영화같은 현실이고, 현실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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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우아한 거짓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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