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악몽' 경험한 홍명보, WC 앞두고 자나깨나 부상 조심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3.26 06: 44

2년 전 올림픽서 부상 악령에 시달렸던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월드컵을 앞두고 자나깨나 부상 조심을 외치고 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자나깨나 부상조심'이다. 괜스레 하는 말이 아니다. 부상이라면 이골이 났다. 앞서 애제자들의 부상 낙마를 수 차례 지켜보면서 남 모를 속앓이를 했다.
홍명보호는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부상악령에 적잖이 시달렸다. 홍명보호의 주장이자 수비의 구심점이었던 중앙 수비수 홍정호가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도 개막 직전 도중 낙마했다. 본선 무대에서도 부상악몽은 계속 됐다. 와일드 카드로 맹활약을 펼치던 골키퍼 정성룡과 우측면 수비수 김창수가 영국과 8강전서 부상을 입어 브라질과 4강전 일본과 동메달결정전에 나서지 못했다. 가정법이지만 이들이 모두 있었다면 메달 색깔이 바뀌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올림픽에서 동메달 신화를 일군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부상암초는 도사리고 있었다. 특히 최종엔트리 발표 직전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그리스전서 우측 풀백 자원으로 실험하려던 베테랑 차두리와 중앙 수비수 황석호가 나란히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이용 외엔 오른쪽에 확실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쯤 되면 부상이라는 말만 들어도 깜짝 놀랄 만한 홍명보 감독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호되게 당해본 경험이 있기에 다음 무대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최근 부상 변수 얘기를 자주 꺼내면서 혹시나 다가올 악재에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나타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5일 오후 2015 AFC 아시안컵 조추첨을 위해 호주 시드니로 출국하면서도 부상 변수를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았다. "예비 엔트리 30명 중 90% 정도는 구성을 끝마쳤다. 앞으로 나올 부상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는 홍 감독은 최근 K리그와 ACL을 넘나들며 물오른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김신욱에 대해서도 "올해 그의 일정은 피곤할 법하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본인이 잘 관리해야 한다"며 부상 변수를 염려했다.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부상 변수에 대처하는 홍명보 감독의 자세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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