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최대 빅매치가 LG 김기태 감독으로 인해 만들어졌다.
김 감독은 지난 24일 미디어 데이서 두산과 개막전 선발투수로 김선우를 예고하는 파격 선언을 했다. 장내가 술렁거렸고 LG팬과 두산팬 모두 혼란에 빠졌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선우는 지난 6년 동안 두산을 대표했던 에이스투수였다. 2008시즌 메이저리그를 뒤로하고 국내로 유턴, 두산 유니폼을 입고 총 151경기 803⅔이닝을 소화했다. 2009시즌부터 2011시즌까지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렸다. 투수진의 맏형 역할에 충실했고, 후배들도 모두 김선우를 믿고 따랐다.

하지만 2012시즌과 2013시즌 각각 6승 9패, 5승 6패로 부진했고 두산서 방출통보를 받았다. 뜻하지 않게 무적신분이 된 김선우는 지난해 12월 잠실 라이벌이자 한 지붕 두 가족 LG 유니폼을 받고 재기를 다짐했다. 김선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기 때문에 김선우는 서울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LG를 택했다.
그래도 당시에는 김선우가 친정팀을 상대로 개막전 선발 등판할 거라고는 상상도 안 했다. 김선우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LG 투수진 또한 두터웠기 때문이다. 1월 신년하례식 때 이병규(9번)가 김선우를 향해 농담으로 “선우가 개막전에 선발 등판할 것이다”고 했는데 김선우를 비롯한 취재진 모두가 그냥 웃어넘긴 바 있다.
김선우 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김선우는 25일 OSEN과 인터뷰에서 “사실 LG에 오고 내가 두산과 개막전에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제 감독님이 직접 통보하셨는데 ‘진짜 내가 나가는 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선우와 함께 두산서 LG로 이적하게 된 임재철도 “설마 선우가 두산 개막전에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웃었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투수가 이적하자마자 친정팀을 상대로 선발 등판한 경우는 2번 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게 첫 번째도 1990시즌 LG와 두산의 개막전이었다는 것이다. 두산 전신 OB서 6년 동안 활약했던 최일언(현 NC 투수코치)은 LG로 이적하자마자 OB와 개막전에 선발투수로 나섰다. 당시 최일언은 개막전의 사나이 장호연과 선발대결을 펼쳤는데 승리는 장호연의 몫이었다.
두 번째는 외국인 투수 마이클 앤더슨이 1999시즌 쌍방울과 LG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일이었다. 앤더슨은 외국인 선수 도입 첫 해인 1998시즌 LG 유니폼을 입고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듬해 쌍방울로 이적해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꿨고, 친정팀 LG와 개막전에 나섰다. 1998시즌 LG서 21세이브를 올렸지만, 1999시즌 쌍방울에선 2승 9패 평균자책점 6.75로 부진하며 한국을 떠났다. 앤더슨은 당시 개막전에서도 패전투수가 됐다. 현재 앤더슨은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국제 스카우트다. 2012년 8월 16일에는 잠실구장을 방문, 당시 KIA 소속이었던 윤석민을 직접 관찰한 바 있다.
한편 김선우는 두산과 개막전을 두고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긴장이 되겠지만 내 뒤에 있는 동료들을 믿겠다”며 “감독님이 큰 믿음을 주신만큼, 후회 없이 던져보겠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경기가 될 것이다”고 셀레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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