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이승환이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Fall To Fly)'로 음악팬들 곁에 돌아왔다. 무려 4년 만의 컴백이다. 그동안 겹겹이 쌓인 마니아층 뿐 아니라, 보다 폭넓은 대중을 두루 포용하고 싶다는 게 이번 앨범을 낸 이승환의 바람이자 목표다.
쉰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한 동안을 유지하고 있는 이승환을,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주점에서 OSEN이 만나 발매를 앞둔 11집에 대한 이야기와 궁금증을 직접 풀었다.
# 높은 퀄리티, 문제는 자본…後편 발매 미지수

이승환은 이번 앨범을 위해 3년간 꼬박 1820시간의 녹음시간 동안 앨범을 작업했다. 순수하게 녹음 비용만 3억 8000만원을 투자해 미국 L.A 헨슨(Henson) 스튜디오와 내쉬빌 오션웨이(Oceanway) 스튜디오에서 녹음이 진행됐다. 세계적 연주자들도 다수 참여했다.
"(퀄리티는) 결국 경제적인 것과 결부된다. 9집 때부터 순수 녹음비를 건져본 적이 없다. 이러다 자칫 경제활동이 아닌 취미활동이 될까 걱정이다.(웃음) 공연장에서도 종종 자조적으로 그렇게 말한다. 물론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의미에서 취미라 말하는 것도 없잖아 있다."
이승환의 새 앨범은 '폴 투 플라이' 전(前)편과 후(後)편으로 나뉘어 2CD로 구성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26일 정오 '폴 투 플라이' 전편의 수록곡을 공개하고 올해 하반기 또 다시 후편으로 돌아오겠다는 계획. 뮤직비디오는 전편만 총 5편에 달할 예정이다.
"솔직히 말하면 앨범의 전편이 흥행 못하면, 후편이 나오는 것 자체가 묘연하다. 전후 앨범의 차이를 꼽자면, 전편에서는 록 음악을 덜어내 편안한 음악으로 한 번에 들을 수 있고, 후편의 곡들은 실헌정신이 다분하다는 거다."
# 우대-군림이 아닌 똑같은 현역…'젊은 감감 유지'
지난 1989년 '텅빈 마음'으로 데뷔해 무려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기다린 날도 지어진 날도'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덩크슛' '천일동안' '가족'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등 무수한 히트곡이 탄생하는 긴 시간동안 그는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데 부단한 노력을 쏟았다.

"후배들에게 우대받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권위적이지 않아야 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누구 위에 군림하는 행동을 보이는 건 좋지 않다.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이를 위해 중요한 요소다."
이승환은 실제로 주류와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로 활동하는 후배들과의 교류가 활발한 대표 뮤지션이다. 각기 다른 스타일이지만, 그들과의 교류는 에너지를 부여한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음악을 하겠다는 게 이승환의 설명이다.
"음악적 선배로서 깃발이 돼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인지도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전편 앨범은 실험적이거나 불편한 부분을 덜어내고, 좀 더 듣기 편한 곡들로 구성했다."
# 음악? 답보는 NO, 새로움을 추구하다
임창정, 조성모, 이선희, 이은미, 박효신, 이소라 등 내로라하는 실력파 가수 선후배 동료들이 3월말~4월초 컴백했거나, 컴백을 예정 중이다. 대중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는 뮤지션의 입장에선, 이같은 상황은 분명 부담이 될 수 있을 터. 하지만 이승환은 오히려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래 음악을 했던 사람들이다. 함께 묶여서 기사가 많이 나와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웃음) 가장 기대되는 이는 이소라다. 후배들에게 들으니 음악이 획기적이라고 하더라. 자극받고 라이벌이라 생각되는 건 늘 새로운 음악들이다."
11집인 '폴 투 플라이'는 '비상을 위한 추락'을 의미한다. 이승환은 스스로 90년대부터 줄곧 서서히 내려왔으며, 공연장 관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비상의 타이밍'을 위해 움크리고 있는 중임을 시사했다.

"이젠 날아올라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오타쿠나 철딱서니 없는 중년이 아니라 늘 새로운 것을 제대로 만든 사람이라는 인식이 갖춰졌으면 좋겠다. 그저 내 성향과 취향을 드러내는 걸 주저하지 않는, 자유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싶은 그런 사람으로 기억 속에 남길 바란다. 앨범의 성과로, 여자친구를 얻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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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팩토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