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부터 의외의 상대를 만나게 된 두산 베어스의 라인업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은 지난 24일 미디어데이에서 김선우를 개막전 선발로 예고했다. 레다메스 리즈가 있었다면 개막전 선발을 맡았을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리즈의 이탈 이후 김 감독은 고민 끝에 새롭게 LG 유니폼을 입은 김선우를 선택했다.
현 시점에서 LG의 선택은 최선 혹은 차선으로 보인다. 리즈가 떠난 상황에서 리그 내 위상이나 현재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따져봤을 때 LG에서는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에 필적할 투수를 찾기 힘들다. 냉정히 말하면 10승을 거둘 투수는 많지만 15승을 해낼 수 있는 투수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두산 출신이기에 자신의 첫 등판에 두산을 상대하는 것이 더욱 동기부여가 될 김선우를 개막전에 투입하는 것은 김선우의 기량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이다. 또한 5명의 선발투수 중 기대치가 낮은 편인 김선우를 내보내 두산을 잡는다면 LG에게는 개막전 승리에 1승 이상의 의미를 담을 수 있다.
LG가 김선우 카드를 내면서 두산도 부담스러워졌다. 팀에서 방출한 선수인 만큼 두산은 이겨야 본전이라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막전에 꺼낼 정도라면 LG도 김선우의 컨디션에 대한 확신이 있었을 것이고, 이에 따라 두산도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타자들에게도 김선우는 생소한 투수다. 두산 타자들에게 김선우는 동료였기에 마운드에 선 김선우에 대한 데이터가 머릿속에 없다. 다만 다른 팀에서 뛸 때 김선우를 상대해 봤던 선수들이 1군 예상 엔트리에 조금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홍성흔과 장민석은 김선우 공략의 키가 될 수 있다. 홍성흔은 롯데 자이언츠에 몸담고 있던 시절 김선우를 상대로 타율 .324(34타수 11안타)를 기록했고, 장민석 역시 넥센 히어로즈 소속으로 두산의 김선우와 맞대결해 .405(42타수 17안타)의 타율을 남겼다.
이들 중 홍성흔은 김선우와의 상대전적에 관계없이 개막전 출전이 확실시되지만 장민석의 출전 여부는 유동적이다. 시범경기를 통해 봤을 때 정수빈이 중견수로 출전하며 9번 타순에 배치될 것이 유력하지만, 개막전에 한해 김선우에게 강했던 장민석이 중용될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태다.
두산에 오기 전 넥센에 있었던 오재일 역시 송일수 감독의 고려대상이다. 오재일의 출전 여부는 호르헤 칸투의 컨디션에 의해 좌우될 공산이 크다. 송 감독은 시범경기 막판 “칸투의 컨디션이 개막전까지 올라오지 않으면 오재일을 1루수로 쓸 수 있다”는 말로 오재일의 개막전 선발 출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재일은 김선우 상대 타율이 .300(10타수 3안타)로 괜찮았다.
개막전의 특수성에 김선우라는 예상 외 변수까지 만난 두산의 선택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LG는 김선우 카드로 선전포고를 했고, 이제는 이에 맞설 두산의 결정만이 남아 있다. 팀에 57승을 선물한 김선우를 적으로 만나는 두산이 어떤 라인업을 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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