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프로야구는 춘추전국시대이자 오리무중의 해로 압축되고 있다. 어느 한 팀을 최강으로 꼽거나 4강을 예상하기가 어렵다.
최근 ‘넥슨’은 온라인 야구게임 ‘프로야구 2K14’ 리뉴얼을 오픈하면서 예측한 2014년 프로야구 시뮬레이션 순위 결과를 공개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2014 프로야구 우승팀은 지난해 정규시즌 2위로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였다. 넥센, 롯데, 삼성, SK 순이었다. 그러나 선두 LG부터 5위 SK까지의 승차가 5.5경기 밖에 되지 않아 치열한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야구 전문 해설가들의 평가도 이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 이용철 KBS 해설위원 등도 “혼전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순위를 예상하기가 어렵다”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도 1위 두산과 9위 롯데의 승차는 2경기밖에 나지 않았다. 9개팀이 촘촘하게 붙어있는 순위표에서 나타나듯 올해는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판도를 좌우할 만한 5가지 중대 변수로는 무엇이 있을까.
▲ 외국인 타자 등장
올해 프로야구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외국인 타자들의 등장이다. 각팀마다 1명씩 외국인 타자들이 라인업에 들어왔다. 야수가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대부분 팀들의 내부 경쟁이 아주 치열해졌다. 그러나 모든 팀들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한화와 NC처럼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팀들에게 외국인 타자는 확실한 플러스 효과를 낳을 수 있지만, 삼성과 넥센처럼 굳이 외국인 타자 없이도 충분히 굴러갈 수 있는 팀들에게는 기존 국내 선수들의 사기저하라는 마이너스 효과도 생각할 수 있다.
시범경기를 통해 한화는 펠릭스 피에에게서 제이 데이비스 가능성을 확인했다. SK 루크 스캇, NC 에릭 테임즈도 무난하게 적응했다.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도 합격점. 그러나 KIA는 브렛 필의 타격 부진과 함께 포지션 정리라는 숙제를 떠안았고, 넥센 비니 로티노와 LG 조쉬 벨도 성적은 딱히 인상적이지 못했다. 롯데 루이스 히메네스와 두산 호르헤 칸투는 부상에 시달렸다. 외국인 타자 활약과 활용법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 야구장 변화, 타고투저
올해는 여러 팀들이 구장에 변화를 줬다. KIA는 오랜 숙원이었던 챔피언스필드가 새로 개장했고 한화는 대전구장은 포수 후면석과 함께 다시 한번 리모델링했다. 잠실구장도 익사이팅존이 내야에 새롭게 들어섰다. 이 구장들의 특징적인 변화는 바로 파울존이 줄어들었다는 점으로 보다 더 타자친화적인 구장으로 변모했다. 파울 플라이가 파울이 되거나 수비수들의 펜스 플레이가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 타자들의 등장과 함께 야구장의 변화로 타고투저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수들로서는 피곤한 시즌이 예고된다. 이미 시범경기에서도 전년도에 비해 리그 평균자책점이 3.48에서 4.83으로 눈에 띄게 향상됐다. 팀 타율(.248→.264) 홈런(0.8개→1.7개) 모두 상승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게 야구의 영원한 명제이지만 올 시즌의 경우에는 어느 때보다 좋은 투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할 것이다.
▲ 감독들의 인내와 레임덕
언제나 그렇듯 감독의 시즌 구상과 운영이 팀의 운명을 좌우한다. 올해는 변수가 많기에 감독들의 벤치 운영이 더욱 중요해졌다. 먼저 외국인 타자의 가세에 따라 포지션 정리와 선수단 사기 문제까지 감독이 신경써야 할 게 하나 더 늘었다. 특히 외국인 타자의 경우 어느 정도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감독들의 인내심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팀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들도 많다. SK 이만수 감독, KIA 선동렬 감독, 한화 김응룡 감독, LG 김기태 감독이 계약 마지막 시즌을 맞이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경질된 두산 김진욱 전 감독 사례에서 나타나듯 계약기간 자체는 서류상 명목일 뿐이다. 시즌 초반부터 순위 싸움에서 처지는 팀이 나올 경우 '레임덕'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 팀 전체가 무너지고, 리그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변수다.

▲ 인천 아시안게임
오는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미필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와 같다. 2019년 하노이 아시안게임은 야구 불모지 베트남에서 열리기 때문에 인천 아시안게임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당분간 마지막 기회.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미필 선수들에게는 무엇보다 절실한 무대다. 특히 기술위원회가 전반기를 기점으로 엔트리를 작성할 계획이라 전반기 활약에 따라 승선의 운명이 달려있다. 이들의 활약에 의해 시즌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이른바 'AG로이드'라 할 만하다.
삼성 김상수·차우찬·정형식, 두산 오재원·이원석·정수빈·이용찬, LG 오지환·유원상, 넥센 김민성·강윤구, 롯데 손아섭·전준우·황재균, NC 이재학·나성범, KIA 나지완·김선빈·안치홍, 한화 김혁민·송창현 등이 병역 문제 해결 시급한 선수들이다. 물론 반대로 아시안게임이 부담감으로 작용돼 자칫 시즌을 그르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치러진 2010년에는 조정훈·박기혁·나지완·안치홍·김태완이 부상 및 부진으로 승선이 불발된 바 있다. 지나친 의욕에 자칫 발목 잡힐 수 있다.
▲ 임창용의 삼성 복귀
올해 프로야구는 절대 강자가 없는 혼전의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년간 프로야구 절대 강자로 군림한 한국시리즈 3연패팀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의 일본 진출과 리드오프 배영섭의 군입대로 투타에서 뚜렷한 전력 유출이 있었다. 더 이상 절대 강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괜히 되는 집안이 아니다. 임창용의 삼성 복귀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돌직구가 떠나니 뱀직구가 왔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3연패에는 오승환이라는 절대 지존 마무리의 존재가 컸다. 오승환 공백으로 삼성은 불펜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임창용이 가세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특급 성적을 냈고,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도 평균의 성적을 낸 임창용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그가 마무리를 맡아 삼성 뒷문을 걸어잠근다면 삼성은 다시 절대 강자될 수 있다. 판도 재편이 불가피한 중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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