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에서 시범경기 가장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던 외야수 강지광(24)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택했다.
강지광은 지난 25일 팀내 자체 청백전을 치른 뒤 목동구장에서 짐을 쌌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1군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3홈런 포함 타율 2할9푼4리로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강지광이지만, 그는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올해를 2군에서 시작하자는 염경엽 감독과의 약속으로 인해 2군행을 맞았다.
강지광은 청백전이 끝나면 2군에 내려가라는 통보를 이날 들었다. 개막전 엔트리는 선발투수가 한두 명뿐이라 야수들이 평소보다 더 많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몇 경기 뛰고 2군에 갈 수도 있지만, 염 감독은 1군에 대한 미련을 주기 싫었던 탓인지 강지광을 바로 2군으로 내렸다.

염 감독은 최근 "강지광이 잠시 활약을 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처음 타자로 나선 새내기다. 이대로 계속 1군에 두면 언젠가는 페이스가 떨어진다. 그러면 다시 올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2군에 가보면 이제는 2군이 더 쉬울 것이다. 자신감을 많이 얻을 수 있다. 1군에서 빈틈이 생기면 언제든지 강지광을 부를 것"이라고 격려했다.
강지광 역시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경험을 많이 쌓는 일이다. 타자로 나선 것은 지난해 퓨처스 21경기가 전부다. 더 많은 투수들의 공을 보고 싶고 실패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실패를 줄일 수 있는지를 연구하겠다. 최종적인 목표는 홈런타자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지광은 이날 많은 선후배들의 응원을 받았다. 심재학 외야수비코치는 청백전이 끝난 뒤 강지광을 데리고 단둘이 덕아웃에 남아 2군에서 해야 할 것들과 마음가짐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건넸다. 강지광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박병호는 자신이 쓰는 배트를 선물로 줬다. 문우람은 "어차피 빨리 1군에 돌아올 것"이라며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페이스를 보여줬던 선수를 개막전에서 쓰지 않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다. 염 감독은 강지광을 1군에서 테스트하는 대신 2군에서 '뛰어놀다' 오기를 바라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키워야 할 자원인 셈. 2군에 '금의환향'하는 강지광이 언제쯤 다시 1군에 올라올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선수들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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