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의 철없는 순둥이 지창욱이 변하기 시작했다. 황제로서의 막강한 권력을 찾은 후 사랑하는 여인 하지원과의 견고했던 신뢰 관계에서 균열이 보이는 것. 피바람 부는 궁중 암투에서도 언제나 선한 모습을 보이던 지창욱이 돌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황후’는 지난 25일 방송된 41회에서 기승냥(하지원 분)이 백안(김영호 분)을 따돌리고 연철(전국환 분)의 막대한 비밀자금을 낚아채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백안은 황제 타환(지창욱 분)과 함께 정복전쟁을 벌이기 위해 연철의 자금을 노렸다.
타환은 승냥의 모국인 고려까지 원나라로 복속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승냥은 이에 실망해 자금을 빼돌려 고려의 힘을 막강하게 키우고 자신이 황후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때문에 타환과 백안에게 비밀자금이 들키면 안 되는 상황. 뛰어난 지략으로 백안의 책사인 탈탈(진이한 분)을 따돌린 승냥에게 위기가 닥쳐왔다.

바로 타환이 승냥이 획득한 금이 담긴 궤를 열어보려고 한 것. 승냥은 이를 저지하려고 했고 타환은 순간 눈빛이 변했다. 이어 금을 확인한 후 무서운 살기를 드러냈다. 믿었던 승냥에 대한 배신감 때문. 이에 승냥이 어떻게 위기를 모면할지는 아직 그려지지 않았지만 연철을 몰아내고 황제로서의 권력을 찾는데 있어서 가장 큰 도움을 준 승냥과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분명했다.
이미 타환은 정치적인 이유로 승냥이 아닌 바얀 후투그(임주은 분)를 황후로 맞이 했고, 고려까지 집어삼키려는 백안이 황제의 자리를 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며 백안을 지지했다. 때문에 복수를 위해 권력을 잡으려고 했고 점점 황후의 자리를 탐내는 승냥과 더 이상 같은 길을 갈 수 없게 된 것. 언제나 승냥의 사랑을 갈구하고 한없이 신뢰를 보이던 타환의 달라진 입지는 두 사람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초반 철없는 왕자에서 연철의 권력에 벌벌 떨던 힘 없는 황제, 그리고 진정한 황제가 된 후 다시 사랑하는 여인과 갈등을 벌일 조짐을 보이는 타환의 변화된 표정은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되고 있다. 순한 표정을 거두고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를 입었다가 이제는 권력 싸움을 해야 하는 살기 가득한 표정까지 극이 전개될수록 타환 역의 지창욱은 그 누구보다도 캐릭터의 기복이 심하다.
지창욱은 ‘기황후’를 통해 널을 뛰는 감정 기복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없이 약한 꼭두각시에서 날을 세우는 카리스마 연기까지 소화하며 드라마의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지창욱의 장기는 표정이 순식간에 돌변한다는 것. 안정적인 연기력을 갖추고 있는 그가 감정 기복이 심한 타환을 생동감 넘치게 연기하는데 이 같은 장기가 십분 발휘되는 중이다.
50회로 기획된 ‘기황후’는 현재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후반부 들어 타환과 승냥의 갈등이 예고되며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창욱의 어리어리한 듯 하면서도 때론 선굵은 감정선을 보여주는 팔색조 연기가 안방극장을 휘어감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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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