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 조성민, 아름다운 패자였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3.26 20: 48

상처받은 에이스는 고독했다. 조성민의 부상투혼도 KT를 구하지 못했다.
KT는 26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창원 LG에게 82-96으로 패했다. KT는 3연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올 시즌 챔프전 우승은 LG 대 모비스-SK전 승자의 대결로 좁혀졌다.
조성민은 1차전 데이본 제퍼슨과 충돌해 어깨부터 코트바닥에 떨어졌다. 전창진 감독이 강력하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할 정도로 아찔한 장면이었다. 몸을 추스른 조성민은 경기를 계속 뛰었다. 결국 그것이 더 문제가 됐다.

2차전에서 조성민은 어깨와 몸에 심각한 타박상을 안은 상태로 경기를 강행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뒤 바로 몸을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3차전을 앞둔 전창진 감독은 “조성민이 목과 어깨에 타박상이 심하다. 어제 운동도 못했다. 넘어진 다음에 쉬게 했어야 했는데 나도 퇴장을 당했고, 코칭스태프도 몸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조성민은 아픈 가운데 2차전 출전을 고집했다고 한다. 7득점에 그치니 조성민은 ‘기승호의 수비에 묶였다’는 소리를 들었다. 전 감독은 “어깨가 아픈데 슈터가 어떻게 슛을 쏘겠는가. 조성민이 투지는 좋지만 자기 몸을 안 살펴서 아쉽다”면서 제자를 아꼈다.
3차전 전창진 감독은 조성민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출전여부를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맡긴 상태. 2차전에서 16점을 넣은 오용준이 대신 선발로 나섰다. KT는 1쿼터를 15-26으로 뒤졌다. 더 이상 벤치에서 지켜볼 수 없던 조성민은 상의를 벗어 제쳤다. 2쿼터 6분 42초를 남기고 22-36로 뒤진 상황에서 코트에 투입됐다. 조성민은 깔끔하게 점프슛을 넣으며 첫 득점을 신고했다.
기승호는 그림자처럼 조성민을 따라다녔다. 기승호는 스크린을 서는 아이라 클라크와 정면충돌할 정도로 조성민만 바라보고 뛰었다. 조성민이 기승호를 뿌리치고 공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3쿼터 조성민은 과감한 장거리 3점슛을 연속해서 꽂았다. KT는 단숨에 2점 차로 추격했다. LG는 체력이 떨어진 기승호를 빼고 박래훈을 투입하며 조성민을 조였다.  
조성민은 3쿼터 막판 박래훈의 수비를 뿌리치고 3점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코트에 쓰러졌다. 이 과정에서 제퍼슨과 조성민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전창진 감독은 1차전처럼 극도의 흥분을 했다. 전 감독과 제퍼슨은 각각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4쿼터 막판까지 조성민은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하지만 LG의 기세를 혼자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13점을 올린 조성민의 투혼은 기록에 드러나지 않았다. 비록 졌지만 조성민은 아름다운 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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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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