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퍼스 개막전 선발, TEX 무모한 도박일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3.27 09: 03

결국 텍사스 레인저스가 개막전 선발 마운드를 선발 초보투수에게 맡기기로 했다.
텍사스 론 워싱턴 감독은 27일(이하 한국시간) 개막전 선발투수로 우완투수 태너 섀퍼스(27)를 공식 발표했다. 원래 등판하기로 했던 다르빗슈 유는 잠을 잘못 잤을 때 나타나는 목부위 통증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거른다. 최근 댈러스로 돌아온 다르빗슈는 정밀검진 결과 목에 큰 이상이 있는 건 아니라는 의사 소견을 받았지만, 2주짜리 부상자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한 텍사스지만 현재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낙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텍사스는 셰퍼스, 마틴 페레스, 로비 로스, 조 사운더스, 닉 마르티네스로 개막 선발 로테이션을 꾸렸다. 이들 가운데 셰퍼스와 로스는 메이저리그 선발등판 경험이 한 번도 없는 투수들이다.

2012년 빅리그 첫 해 셰퍼스는 39경기에 출전,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45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작년에는 76경기에 등판해 76⅔이닝을 소화했는데, 6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8로 맹활약을 펼쳤다. 작년 메이저리그 불펜투수 가운데 셰퍼스는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 가운데 하나였다.
셰퍼스의 주무기는 역시 강력한 강속구다. 작년 속구 평균구속이 96마일(약 155km)을 넘길 정도였다. 2012년 말을 잘 듣지 않았던 커브를 버린 대신 슬라이더를 장착한 셰퍼스는 속구-슬라이더 2종류만 집중적으로 던진 투피치 투수였다. 구종이 2개만 있어도 1이닝을 막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구사할 수 있는 구종은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으로 다양하다.
텍사스로서는 셰퍼스가 과거 C.J. 윌슨의 성공사례를 재현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2005년 텍사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윌슨은 2009년까지 불펜투수로 활약을 펼쳤다. 첫 해인 2005년 선발로 6경기에만 나갔을 뿐이고 이후 4년 동안 234경기 모두 불펜으로만 던졌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투수로 전향한 윌슨은 그 해 15승 8패 평균자책점 3.35로 연착륙에 성공했고, 2011시즌 종료 후 LA 에인절스로 팀을 옮겼다.
그렇지만 셰퍼스는 내구성에 의문부호가 붙는 투수다. 입단 당시에도 구위는 뛰어났지만 어깨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줄곧 불펜투수로 활약해왔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통산 95경기 가운데 12경기에서만 선발로 나섰을 뿐이다.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난 텍사스는 시즌 초반 누군가로 그 자리를 채워야만 했고, 절반 정도는 도박을 한다는 심정으로 구위가 뛰어난 셰퍼스를 임시 선발투수로 기용하기로 했다.
셰퍼스가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받은 계기는 22일 밀워키전으로 보인다. 그 경기에서 셰퍼스는 선발로 등판해 6이닝을 소화하며 5피안타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볼넷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고 투구수 76개로 효율적인 피칭을 펼쳤다.
미국 메이저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인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1969년 이후 메이저리그 선발 데뷔전을 개막전으로 치르는 투수는 1981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LA 다저스) 이후 셰퍼스가 처음이라고 한다. 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한 발렌수엘라는 9이닝 5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따냈고 그 해 신인왕과 사이영 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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