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되고 '소녀무덤' 안돼? 자국 홀대 논란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3.27 11: 31

할리우드는 대접받고 충무로는 홀대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영화 '소녀무덤'이 도시철도공사로부터 지하철 촬영 불허 통보를 받은 것.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소녀무덤' 측 관계자에 따르면 '소녀무덤' 측은 이미 지난 2월, 도시철도공사로부터 촬영 협조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촬영 일주일 전, 촬영 불허 통보를 받았고 도시철도공사가 밝힌 이유는 "전례가 없고 민원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소녀무덤' 측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소녀무덤'의 이상헌 프로듀서는 27일 OSEN에 "불이익이다. '어벤져스2'는 무정차 통과 시키는데 우리는 그 정도까지 바라는 것도 아니다. 지하철을 타고 돌면서 촬영하는 건 민원이 발생한다고 하니 승객 없는 날 중요한 장면만 몇개 찍고 다른 장면들은 정차돼 있는 차에서 찍겠다고도 했지만 도시철도공사에서는 무조건 안 된다는 말을 하더라"며 "이렇게 되면 한국영화에서 지하철 장면을 못 찍는 것 아닌가"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침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 촬영하는 '어벤져스2'의 촬영 스케줄을 들여다보면 서울시가 영화 촬영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는지 알수 있다. 오는 30일 마포대교 촬영을 시작으로 14일간의 국내 촬영에 돌입하는 '어벤져스2'를 위해 서울시는 마포대교 양방향 전면 통제는 물론, 상암동 월드컵북로 전면통제, 강남대로 일방향 통제 등 대대적인 교통 통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여의나루역 무정차 통과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
교통 통제에 대한 민원 발생을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지만 오랜 시간 진행되는 교통 통제는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소녀무덤'의 촬영을 민원 때문에 불허한 도시철도공사의 입장과 대비되는 것. '어벤져스2' 촬영으로 인한 민원 발생은 되고 한국영화 촬영으로 인한 민원 발생은 안 된다는 것과 같다.
이쯤되면 자국 영화를 홀대하는 아이러니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에서 한국 영화가 촬영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아이러니'라는 단어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 도시철도공사 측은 이번 '소녀무덤' 지하철 촬영 불허 통보에 아무런 대답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영화 촬영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이뤄질 수 있게 될지 서울시의 대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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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무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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