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타자, 못하면 팀 아킬레스건 된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3.28 06: 10

2014시즌 최대 화두는 외국인타자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외국인선수 제도에 변화를 줬고, 대부분 팀이 외국인타자를 중심타선에 배치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 한국야구 경험이 없다. 아직 실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리그 성적을 통해 활약을 예측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다. 올 시즌 각 팀의 전력을 전망하기 힘든 것도 외국인타자들에게 붙은 물음표 때문이다.
외국인타자들이 모두 활약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불처럼 배트를 휘두르고 홈런을 마구 쏘아 올린다면, 의도했던 대로 화끈한 야구가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외국인투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기대 이상으로 활약할 것이다.
문제는 외국인타자가 부진하면 그 팀의 아킬레스건이 된다는 점에 있다. 홀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와 달리 타자는 팀플레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단순히 번트를 대고 진루타를 치는 것만 말하는 게 아니다. 히트 앤드 런에서 파울이 나오면 주자의 호흡을 챙겨주기 위해 타석에 늦게 들어가거나, 상대 투수가 적은 투구수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잡을 경우, 커트로 투구수를 늘려야한다. 경기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큰 스윙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외국인 타자들도 투수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옵션이 걸려있다. 특정 수치 이상의 타율·홈런·타점을 기록하면 그만큼 연봉이 오른다. 구단은 동기부여를 위해 이러한 장치를 걸어놓았으나, 자칫하면 부메랑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팀플레이를 생각하지 않은 채 자신의 기록만 챙기려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외국인 타자가 부진에 빠져버리면, 감독 입장에서도 난감하다. 하위타순으로 내리거나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키면 떨어진 사기가 바닥을 친다. 상위타순에 자리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시즌 구상도 무너져 버린다.
때문에 지난해까지 많은 팀들이 외국인 타자를 기피해왔다. 2013년 6월 NC 김경문 감독은 “아무래도 외국인 타자가 있으면 타선의 리듬을 이어가기가 힘들어진다. 여러 옵션이 걸려있기 때문에 작전 수행보다는 본인이 자유롭게 치고 싶어 한다”며 “게다가 외국인 타자는 거포를 데려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거포가 발이 느리다. 각 팀에 발이 느린 국내 선수가 1, 2명은 있는데 이러면 뛰는 야구를 하기 힘들다. 출루한 후 1점이 중요한 상황에선 빠른 주자로 교체해야 하는데 쉽게 교체를 납득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2014년에도 NC는 외국인 자리를 모두 투수로 채우겠다고 미리 밝혔다. 하지만 제도 변화로 NC 역시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를 선발했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27일 한국야구에서 팀의 성패를 가르는 부분을 두고 ‘케미스트리’라 정의했다. 선수들끼리는 물론, 코칭스태프까지도 얼마나 단단하게 뭉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허 위원은 “한국에서 가장 야구를 잘 하는 분들이 현장에 나가 있다. 감독, 코치가 미디어에 하는 이야기는 사실 전부라 하기 어렵다. 실제 안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밝히기 어렵다”며 “객관적인 전력이 좋아도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즉 케미스트리가 팀 성적에 크게 작용한다”고 이야기했다. 외국인타자의 부진은 팀 케미스트리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   
결국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기위한 필수조건은 ‘외국인타자의 활약’일지도 모른다. 시범경기서 여러 팀들이 외국인타자가 들어올 때다 적극적으로 수비 시프트를 거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약점을 잡아내면, 상대 타선의 중심은 물론, 팀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각 팀 외국인 타자의 명암이 곧 팀 성적이 될 수 있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