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극본 김은희, 연출 신경수)가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냈다. 고도의 두뇌싸움부터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지 가늠할 수 없는 긴장의 연속. 정의실현을 위해 손잡은 손현주와 박유천의 고군분투는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배우들의 호연은 물론 '싸인', '유령' 등 한국형 장르물의 1인자 김은희 작가가 선보인 탄탄한 필력이 고스란히 묻어나 극의 재미를 더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쓰리데이즈' 8회에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거대세력의 추악한 진실을 세상에 밝히려는 이동휘(손현주 분) 대통령과 한태경(박유천 분)의 모습이 담겼다. 이들의 목표는 양진리 사건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지만, 이 사건을 주도한 김도진(최원영 분)은 만만치 않은 반격을 펼치며 두 사람을 압박했다.
특히 이동휘를 위해 일했던 인물들조차 김도진이 가진 돈과 권력에 현혹돼 이동휘를 배신한 상황. 이동휘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신규진(윤제문 분)은 비서실장의 지위를 유치한 채 도진에게 은밀한 정보를 빼돌리며 이동휘의 몰락을 도왔다.

그러나 신규진을 돕는 이차영(소이현 분)의 태도는 의뭉스럽기 그지없었다. 차영은 외부 유출이 불가한 대통령 경호 계획서를 빼돌리는 신규진을 포착했지만, “서두르시죠. 회의가 끝나면 곧 경호원들이 올 겁니다. 아시겠지만 경호 계획서 유출은 금지되어 있습니다”라며 규진의 행동을 눈감아 의문을 자아냈다.
차영 역시 도진에게 포섭된 것인지 아닌지는 밝혀지지 않은 바. 그러나 이런 차영의 행동은 앞서 한태경에게 “경호실 동료들을 믿나요. 이차영 경호관은 믿을만한 사람입니까”라고 질문했던 이동휘의 발언과 맞물리며 차영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을 높였다. 태경에겐 믿을 수 있는 동료이고 친구인 차영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 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날의 백미는 북한 인민무력부 리철규 소좌(장동직 분)를 빼돌린 한태경의 활약에 있었다. 양진리 사건의 진실이 담긴 ‘기밀문서 98’ 작성에 큰 힘을 보탠 리철규는 북에서 숙청돼 사망한 줄만 알았지만 버젓이 한국에 살아 있었다. 리철규를 만난 태경은 이동휘에게 이 같은 사실을 고지, 양진리 사건의 증인인 리철규를 기자회견장에 세우는 방법을 계획했다.
허나 리철규가 보낸 비공식 회담 사진을 통해 그의 생존을 확인한 도진. 그는 즉시 간첩수배를 내린 뒤 리철규와 이동휘의 만남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무사히 리철규를 기자회견장까지 데리고 가야 하는 태경과, 이를 저지해야 사는 김도진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쫓고 쫓기는 전개 속 태경은 막다른 길에 다달아 붙잡히고 말았지만, 그의 곁에 있던 남자는 리철규가 아닌 것으로 밝혀져 도진을 당혹케 했다. 이는 태경이 기지를 발휘, 도진의 눈을 피해 리철규를 먼저 빼돌린 덕분이었다.
악한 자에게 거둔 승리는 역시 짜릿한 법이었다. 태경의 미소와 김도진의 썩소는 대조를 이루며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하지만 아직 이동휘와 태경의 승리를 속단하기엔 이르다. 도진을 옭아맬 확증이 없는데다 상대는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하는 인사들. 과연 사방이 지뢰밭 같은 상황에도 정의실현을 위한 이동휘와 태경의 대의는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쓰리데이즈'는 전용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 대통령이 세 발의 총성과 함께 실종되고 사라진 대통령을 찾아 사건을 추적하는 경호원의 긴박한 내용을 그린 작품. 손현주, 박유천, 장현성, 윤제문, 소이현, 박하선, 최원영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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