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재영과 이성민이 배우로서 한편으론 아빠로서, 범죄와 살인을 마주한 배역을 연기를 하는 데 쉽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이들은 28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방황하는 칼날'(이정호 감독)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자식을 둔 아버지이면서 배우로 균형을 맞추며 연기했어야 했던 소감을 들려줬다.
극 중 끔찍한 사건으로 딸을 잃어 그만 살인자가 되버린 아빠 상현 역을 연기한 정재영은 "내가 촬영장에서 원래 까부는 성격인데, 이번에는 좀 자중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육체적인 면 보단 정신적으로 고생한 작품이다. 나도 부모의 입장이라서 극 속 역할과 비교하기 싫었지만, 비교하면서 찍었어야 했다. 추운 것은 생각보단 덜 심했다"라며 "평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감정을 생각해야 해서 어려웠다. 그런데 감독님조차 특별한 디렉션을 주지 않았다. 요즘 말로 멘붕이 왔다"고 말했다.
떠 "더 슬프게 연기할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냥 아버지에서 출발해 차근차근 연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성민은 극 중 살인자가 된 피해자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 억관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극 중 억관은 거친 청소년들에 의해 한 순간에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된 아버지 상현(정재영)에게 '참아라'는 대사를 한다. 이에 대해 이성민은 "(정재영과 달리)나는 딸이 있다. 못 참을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전했다.
그는 또 "딸을 생각하며 연기하지는 않았다. 영화를 찍으면서 아버지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거의 안 했다"라면서 "나름 밸런스에 신경을 썼다. 억관의 입장에서 상현에게 감정 이입을 해 버리면 보는 관객들이 한 쪽으로 치우칠 것 같았고, 형사로서 너무 냉정하게 가 버리면 뭔가 묘한 여운이 없을 것 같아 여지를 남기고자 했다. 한 번도 상현 캐릭터에 감정 이입을 한 적이 없었고 싫었다. 보면서도 사실 그렇게 깊이 있게 빠지지 못하겠다"라고 딸 있는 아버지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묵직한 연기에 임한 태도에 대해 전했다.
그런가하면 정재영은 "저 상황 속 아버지라면 뭘 해도 해소가,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때문에 역관은 상현에게 참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차피 위로가 안되니까"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이정호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청소년 범죄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것에 대한 기본적인 토론이나 논의는 물론 있어야 하겠지만, 피해자 가족에 대한 보호, 위려나 배려 같은 것이 약하고 법적으로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황하는 칼날'은 일본 미스터리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된 아버지와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4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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