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쌓인 독기는 날카롭고 치명적이었다.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리버맨 아가메즈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완파하며 7년만의 우승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현대캐피탈이 28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삼성화재와 경기서 세트스코어 3-0(25-20, 25-19, 25-22) 완승을 거뒀다. 삼성화재의 안방에서 선승을 챙긴 현대캐피탈은 7년만의 우승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2006-2007시즌 이후 7년만의 우승을 꿈꾸는 현대캐피탈의 독기는 무서웠다. 1세트 초반 팀의 주포인 아가메즈가 부상으로 물러나는 돌발상황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현대캐피탈은 '전통의 라이벌' 삼성화재의 안방에서 짜릿한 1차전 완승을 거뒀다.

승부의 행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였다. 7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전통의 강호 삼성화재, 그리고 명가의 부활을 꿈꾸는 현대캐피탈의 대결인만큼 누구나 치열한 접전을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승부는 예측과 다르게 흘러갔다.
1세트 초반까지만 해도 경기는 레오와 아가메즈의 에이스 대결 양상을 띄었다. 그러나 1세트 10-7로 현대캐피탈이 리드하던 상황에서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아가메즈가 점프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레오의 발을 밟고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해 코트에서 물러난 것.

레오라는 막강한 외국인 선수가 있기에 아가메즈의 공백은 현대캐피탈에 치명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기는 전혀 딴 판으로 흘렀다. 아가메즈 대신 투입된 송준호는 지난 컵대회를 떠올리게 하는 맹활약으로 그의 공백을 메웠고,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삼성화재를 압도했다.
1세트 10-7 상황에서 아가메즈가 빠진 후에도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에 리드를 넘겨주지 않고 그대로 25-20으로 세트를 마무리지었다. 삼성화재는 레오가 1세트에만 11득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했지만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한 현대캐피탈의 기세를 누르지 못했다.
2세트도 마찬가지였다. 1세트 후반부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한 리시브 라인을 송준호의 백어택과 권영민의 서브 에이스로 흔들며 시작한 현대캐피탈은 송준호와 문성민의 공격을 앞세워 삼성화재를 앞서나갔다. 레오에게 집중된 공격을 최대한 받아내며 리드를 지킨 현대캐피탈은 23-19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박철우의 오픈을 박주형이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세트 포인트를 잡았고, 문성민이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키며 2세트까지 잡아냈다.
한 번 넘어간 분위기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3세트 초반 삼서오하재가 레오의 연속 오픈 득점을 앞세워 0-2로 먼저 리드를 잡았지만 현대캐피탈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1, 2세트를 치르며 공격력을 한껏 끌어올린 문성민이 공격의 최전선에 섰고 최민호와 송준호가 힘을 보태며 금세 역전, 점수를 벌렸다.
완벽하게 현대캐피탈의 흐름에 휩쓸린 삼성화재는 좀처럼 분위기를 되찾지 못하고 끌려가기만 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삼성화재답지 않은 범실이 추격을 가로막았고 레오 역시 잦은 공격 범실로 어려운 경기를 치러야했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의 추격을 끝까지 잘 틀어막으며 적지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아가메즈 없는 현대캐피탈의 공격 선봉에 나선 문성민은 서브 에이스 1개를 곁들인 19득점을 기록했고 아가메즈 대신 교체투입된 송준호 역시 알토란같은 11득점(블로킹 1개 포함)으로 승리의 발판을 닦았다. 블로킹 3개를 포함, 속공으로 삼성화재를 흔든 최민호의 활약도 눈부셨다. 반면 삼성화재는 레오가 25득점을 올렸으나 현대캐피탈(15개)보다 8개나 많은 23개의 범실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costball@osen.co.kr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