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아가메즈 부상 공백 메운 송준호의 '깜짝 활약'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3.28 20: 57

이제 더이상 송준호를 '똥개'라고 부를 수는 없을 듯하다. 챔피언결정전이라는 큰 무대에 아가메즈 대신 교체로 투입된 송준호가 맹활약하며 절체절명의 순간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현대캐피탈이 28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삼성화재와 경기서 세트스코어 3-0(25-20, 25-19, 25-22) 완승을 거뒀다. 삼성화재의 안방에서 선승을 챙긴 현대캐피탈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2006-2007시즌 이후 7년만의 우승을 꿈꾸는 현대캐피탈의 독기는 무서웠다. 1세트 초반 팀의 주포인 아가메즈가 부상으로 물러나는 돌발상황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현대캐피탈은 '전통의 라이벌' 삼성화재의 안방에서 짜릿한 1차전 완승을 거뒀다.

1세트 초반 아가메즈가 발목을 잡고 코트에 쓰러졌을 때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해결사'의 한 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의 주포 아가메즈가 첫 경기에 부상을 당했다는 충격은 김 감독의 표정을 어둡게 할 만했다. 아가메즈가 빠지면서 경기가 삼성화재 쪽으로 급격히 기울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다.
그러나 경기는 의외의 방향으로 흘렀다. 아가메즈의 공백은 오히려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았다. 7년만의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집념과 독기는 촘촘하고 끈질긴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으로 나타났고, 무너지기는커녕 더욱 견고해진 선수들의 플레이는 오히려 삼성화재를 당황시켰다.
그 중심에는 아가메즈를 대신해 코트에 들어온 송준호가 있었다. 송준호는 투입되자마자 1세트 11-8 상황에서 오픈 공격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아가메즈의 공백을 묻어버렸다. 교체 직후 흔들리는 기미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경기 자체의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아가메즈를 대신해 들어온 송준호의 날카로운 공격 두 개가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게 한 셈이다.
송준호의 활약은 2, 3세트에서도 이어졌다. 아가메즈만큼 많은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으나 그 이상의 존재감을 심어줬다. 필요한 순간 백어택을 성공시켰고, 삼성화재가 추격에 나설 타이밍에 레오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잡아냈다. 이날 송준호는 11득점 블로킹 1개를 기록했지만, 득점 그 이상으로 자신의 역할을 100% 이상 해낸 셈이다.
컵대회 때까지만 해도 '새가슴' 때문에 김호철 감독에게 '똥개'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송준호가 승리의 파랑새가 될 줄은 김 감독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3세트 문성민의 폭발까지 이어지도록 징검다리가 되어준 송준호의 깜짝 활약은, 아가메즈 없는 현대캐피탈을 활짝 웃게 한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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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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