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유명한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 퇴역하면서 남긴 유명한 문구다. 젊은 가능성들을 위해 자리에서 물러날지언정, 그들의 가치는 꺾이거나 더렵혀지지 않는다. 오랜 경험과 실력에서 우러나오는 가치가 증명하는 노장들의 뜨거운 존재감은 그래서 결코 빛바래지 않는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무대로 돌아간 박지성(33, 아인트호벤)이 꼭 그렇다. 그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명문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최하위 팀 퀸스파크 레인저스(QPR)로 이적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 팀이 기어코 강등되고 난 후 자신의 유럽무대 친정팀인 아인트호벤으로 임대를 떠나기로 결정했을 때 그를 지켜보는 모두는 우려와 걱정의 시선을 숨기지 않았다.
박지성이라는 이름이 있었기에 반향도 컸다. 출전하거나 결장하거나, 부진하거나 활약하거나 박지성은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현지 언론도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했다. 박지성이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최악의 선수'가 되고 박지성이 조금이라도 활약하면 '최고의 선수'가 됐다.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박지성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박지성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것으로 그 모든 이야기들에 답했다. 지독한 부진에 빠져있던 아인트호벤은 흔들림 없는 노장 박지성의 한결같은 태도를 배워갔다. 어린 선수들의 중심에서, 때로는 보이지 않는 활약으로 때로는 직접 공격을 이끌며 어시스트로 팀을 승리로 인도한 박지성의 존재감은 아인트호벤의 8연승 행진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박지성과 함께 뛰는 상대 선수들도 그의 활약을 인정했다. 그를 상대한 네덜란드의 신예 선수들에게도 박지성은 분명한 존재감을 심어줬다. 아누아르 칼리(22, 로다JC)가 "나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그에게 배우고 있다"며 경의를 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지성과 아인트호벤은 30일(이하 한국시간) 흐로닝언과 에레디비지에 30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최근 연달아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상승세에 불꽃을 지피고 있는 박지성은, 아인트호벤의 9연승이 달린 이번 경기에서 또 한 번 노장의 존재감을 과시할 예정이다. 이제껏 그가 치러온 수많은 경기들처럼 담담하게, 그러나 매번 처음 뛰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말이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