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응룡 감독은 올 시즌 마무리 투수를 누구라고 못 박지 않았다. 지난해 20세이브를 올린 송창식과 함께 파이어볼러 김혁민(27)을 더블스토퍼로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김 감독은 "송창식이 시범경기에서 안 좋았다. 김혁민은 괜찮더라"며 그를 마무리로 기용하겠다는 속내를 살짝 드러냈다.
김혁민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선발에서 구원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구원으로 나온 19경기에서 9홀드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혁민이는 레퍼토리가 다양하지 않지만, 짧은 이닝을 임팩트있게 막을 수 있는 투수다. 선발보다 구원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혁민은 "마무리 자리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직 내가 마무리로 정해진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며 조심스러워한 뒤 "팀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선발이든 구원이든 1군에서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역할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선호하거나 적합한 보직에 대해서도 "어느 쪽이든 상관 없다. 구원이면 조금 더 세게 던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김혁민은 150km 안팎의 강속구를 뿌리는 파이어볼러다. 타점도 높아 제구가 되는 날에는 알고도 치지 못할 정도. 구위 하나만 놓고 보면 리그 최정상급이다. 여기에 마무리로서 강심장도 지녔다. 지난 2011년 5월27일 잠실 두산전 11-10으로 리드한 9회 1사 2·3루 위기상황에서 올라와 내야 땅볼롸 삼진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경험도 있다. 데뷔 첫 세이브였다.
김혁민은 "그때는 정말 짜릿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게 어디 쉬운가"라며 웃은 뒤 "올해는 부상없이 시즌 끝까지 던지고 싶다. 프로에 온 후 (2010년) 6개월을 빼면 큰 부상이 없었다. 하지만 철인이 아닌 이상 언젠가 한 번 부상을 당할지 모른다. 어떤 역할이든 부상없이 끝까지 던지고 싶다"고 소망했다.
실제로 그는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둔 지난 1월 중순 보문산에서 하산하다 왼쪽 발목 접질려 3주간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일종의 액땜이었다. 그는 "캠프 출발 3일을 앞두고 당한 부상이라 많이 아쉽고 놀랐다. 하지만 오히려 발목 부상으로 쉰 덕분에 어깨도 쉬고, 2군에서 몸을 서서히 만들 수 있었다. 오히려 예년보다 잘 만든 것 같다. 몸 상태가 정말 좋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시범경기 5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1.80 호투했다.
올해로 만 27세인 김혁민은 시즌 후 군입대가 유력하다. 물론 기회는 있다. 오는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그 무대. 이에 대해 김혁민은 "마음 편하게 생각한다. 내가 잘 하면 (아시안게임) 가는 것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말로 마음을 비웠다. 하지만 마음을 비울 때에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법. 불의의 발목 부상 후 최상의 몸 상태로 개막을 맞이하는 '필승맨' 김혁민을 반드시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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