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대 연착륙을 노리는 윤석민(28, 볼티모어)이 본격적인 발진을 준비하고 있다. 키워드는 진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체인지업이 있는 모양새다.
볼티모어와 3년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성공한 윤석민은 오는 30일(이하 한국시간) 실전 등판이 예고되어 있다. 시범경기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2경기에 등판해 3이닝 동안 2피안타(1피홈런)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계약이 늦어 준비할 시간이 짧았음을 고려하면 무난한 출발이었다. 더 많은 선발 수업을 위해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구석이 많다.
직구 최고 구속은 91마일(146.5㎞) 가량으로 자신의 최고치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가운데 몰린 직구가 홈런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그러나 변화구의 위력은 살아있었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비롯, 체인지업과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감각을 조율했다. 여러 가지 구종을 던지는 모습이 현지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체인지업이었다.

윤석민의 주무기는 슬라이더다. 최고 140㎞ 안팎까지 형성되며 날카롭게 떨어진다. 그에 비하면 한국프로야구에서 활약할 당시 상대적으로 체인지업은 많이 던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슬라이더만큼 위력적인 구종으로도 평가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다를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오히려 체인지업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슬라이더 못지않은 주무기로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두 번째 시범경기 등판이었던 지난 20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시범경기에서도 체인지업이 간간히 위력을 발휘했다. 미국 진출 후 첫 탈삼진도 체인지업에서 나왔다. 두 번째 이닝 마지막 타자였던 베테밋을 상대로 5구째 77마일(124㎞)의 체인지업성 계통의 공을 던져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잘 떨어진 공이었다. 몸 상태가 100%가 아님을 고려했을 때 체인지업의 움직임은 오히려 한국보다 나은 점이 있었다.
공인구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메이저리그의 공인구는 한국 공인구보다 약간 더 작고 표면이 미끌미끌하며 실밥이 도드라지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적응에 애를 먹는 선수들도 있지만 윤석민의 경우는 오히려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체인지업이 잘 구사된다며 만족감을 드러낸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 당시 호투했던 것도 강속구와 함께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있기에 가능했다.
윤석민이 체인지업을 좀 더 갈고 닦아 자신의 주무기로 만든다면 좀 더 경쟁력 있는 투수로의 발돋움이 가능하다.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그리고 수준급 체인지업의 조합은 분명 위력적이다. 좌·우타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된다. 한편으로는 윤석민의 궁극적 목표인 ‘선발로서의 성공’을 이끄는 키워드가 될 수 있다. 5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선발투수가 되려면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수준급 변화구가 필요하다. 윤석민이 체인지업이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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