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희 꽁꽁 묶은 ‘박스원 수비’ 4차전도 통할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3.29 08: 38

벼랑 끝에 몰렸던 신한은행이 비장의 카드를 들고 나왔다. 우리은행 에이스 임영희(34)를 꽁꽁 묶기 위한 비책이었다. 결과는 성공했다.
신한은행은 28일 안산와동체육관에서 벌어진 우리은행 2013-201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라이벌 우리은행을 76-71로 물리쳤다. 2패 뒤 첫 승을 챙긴 신한은행은 29일 4차전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기회를 잡았다.
3차전에서 임영희는 연장전까지 뛰면서 8점에 묶였다. 1,2차전 각각 22점씩 터트렸던 폭발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임영희는 12개의 야투를 던지 단 2개만 성공시키는 부진을 보였다. 심지어 자유투마저 6개를 던저 반밖에 못 넣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임달식 감독은 4명의 선수가 지역방어를 서고 나머지 한 명이 임영희를 전담마크하는 ‘박스원 수비’를 펼쳤다. 그만큼 에이스 임영희를 묶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 특히 임영희의 마크맨으로 힘과 체격이 좋은 외국선수 엘레나 비어드를 붙여 효과를 극대화했다. 어차피 쉐키나 스트릭렌과 출전시간을 나눠갖는 비어드는 신한은행 선수 중 가장 체력부담이 적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임영희는 비어드의 수비에 힘겨워했다. 비어드는 한쪽만 내줘 임영희의 돌파나 점프슛을 유도했다. 이 때 동료들이 도움수비를 들어와 임영희에게 어려운 슛을 강요했다. 그의 야투율이 16.7%에 그쳤던 이유다.
임달식 감독은 “이은혜에게 오픈슛을 주더라도 그렇게 수비를 가져갔다. 박혜진과 임영희는 죽기 살기로 막아야 하는 선수다. 오늘은 임영희를 잡았다. ‘박스&원’을 시켰다. 1,2차전은 박혜진 수비를 그렇게 시켰다”며 의도가 적중했음을 시사했다.
34세의 임영희는 노련하다. 자신에게 몰린 수비를 역이용할 줄 안다. 이날 임영희는 5개의 어시스트를 뿌렸다. 문제는 동료들이 오픈찬스에서 날린 슛이 줄줄이 불발됐다는 점이다. 이은혜는 3점슛 6개를 던져 하나만 넣었다. 4쿼터 종료직전 67-67 동점상황에서 던져 불발된 아쉬운 3점슛도 포함돼 있다. 이승아도 3점슛 5개를 던져 모두 놓쳤다. 그 중 하나만 들어갔어도 우리은행이 우승할 수 있었다.
박스원 수비의 효과는 또 있다. 신한은행 에이스 김단비가 굳이 임영희 수비에 체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 19점으로 활약한 김단비는 “수비가 정말 잘 통했다. 내가 (임)영희 언니 막다가 체력이 고갈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연주, 김규희, 비어드가 박스원을 맡아서 내가 체력적으로 편했다. 그래서 공격에서 좀 더 힘을 발휘했다. 영희 언니가 초반에 슛을 불안하게 쏘더라”면서 활짝 웃었다.
우리은행 최고참인 임영희는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불리한 입장이다. 위성우 감독은 “임영희가 컨디션이 안 좋다. 아픈 곳도 있다. 나이가 있으니까 무시할 수 없다. 임영희도 체력이 부담된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챔피언은 쉽게 할 수 없다. 내일 충전해서 잘 하겠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과연 4차전에서 신한은행은 똑같은 카드를 들고 나올까. 이에 맞선 임영희는 ‘박스원’을 이겨낼 수 있을까. 우리은행의 우승여부가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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