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인내심과 전략, 김광현 가로막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29 17: 26

경기 전 염경엽 넥센 감독은 상대 선발 김광현(SK)의 공략법을 묻는 질문에 부담스럽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많이 준비했다”라고 웃었다. 그 웃음은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넥센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끈질긴 승부'였고 결국 이는 김광현을 야금야금 공략하며 승리의 발판을 놓는 데 성공했다.
넥센은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발 김광현을 5이닝 만에 강판시킨 끝에 8-3으로 이겼다. SK의 추격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경기 막판 집중력에서 월등히 앞섰다. 결과적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었던 김광현을 가로막은 것이 승리의 원동력 중 하나였다.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대로 김광현의 공은 좋았다. 최고 153㎞의 직구가 넥센 타자들에게 예리하게 날아들었다. 슬라이더의 각도 살아있었고 커브와 체인지업도 조금씩 섞으며 넥센 타자들을 상대했다. 그러나 넥센 타자들은 좀처럼 동요하지 않았다. 김광현의 공을 최대한 많이 보는 전략으로 투구수를 불어나게 했다.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는 아주 예민했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적어도 눈은 날카롭게 살아있었다.

끈질기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김광현이 이날 상대한 넥센 타자들은 총 23명이었다. 그 중 9번이나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1회 서건창, 2회 박병호-강정호, 3회 이택근, 4회 박병호-강정호-유한준, 5회 이택근, 6회 박병호가 주인공이었다. 박병호 강정호 이택근 등 팀 내 최고 타자들이 더러 끼어 있었다는 점은 이날 넥센 타자들의 인내심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광현의 공과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넥센 타자들은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파고드는 김광현의 공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김광현의 공은 살짝 빠진 것으로 판정받는 경우가 많았고 투구수가 급격하게 불어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넥센 타자들은 김광현에게 5이닝 동안 101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이날 김광현의 투구수로 100개 내외를 생각했던 SK는 예상보다 일찍 불펜을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염경엽 감독의 전략도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염 감독은 이날 팀의 주전 선수로 공언한 이성열과 문우람 대신 윤석민과 유한준을 선발 라인업에 넣었다. 이에 대해 염 감독은 김광현을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으면서 “이 선수들이 잘해주면 경기를 편하게 할 수 있다”라고 했는데 그 예언(?)이 적중했다.
윤석민은 왼손 투수에 강한 우타 거포 요원이다. 유한준은 지난해 김광현에게 8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으로 강했다. 두 선수는 염 감독의 믿음에 상당 부분 부응했다. 유한준은 0-0으로 맞선 3회 무사 2루에서 이날 선취점이 되는 적시타를 때렸고 윤석민은 4회 선두타자로 나서 결승점의 초석을 놓는 중전안타를 때렸다. 감독의 전략과 선수들의 집중력은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했던 상대 에이스를 허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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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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