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부터 내린 비. 롯데와 한화의 희비가 묘하게 엇갈렸다. 롯데는 슬며시 웃고 있고, 한화는 난감한 표정이다.
29일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와 한화의 시즌 개막전이 우천 연기됐다. 오전부터 내린 이로 인해 이날 오후 12시20분 일찌감치 우천 연기 결정을 내렸다. 프로야구 사상 6번째 개막전 우천 연기. 이를 바라보는 롯데와 한화의 벤치 반응은 묘하게 엇갈렸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신중함 속에서도 여유를 내비쳤다. 김 감독은 "하늘이 하지 말라는데 어쩌겠는가"라며 "경기를 쉬어도 좋을 게 없고, 한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분명 롯데에는 반가운 봄비가 아닐 수 없다. 호재라 할 만하다.

롯데는 한화와 개막 2연전 이후 3일간 휴식을 갖는다. 한화처럼 우천 연기에 따른 월요일 경기 편성으로 8연 전 부담이 전혀 없다. 오히려 개막 2연전에 투수들을 총력으로 붙일 수 있다. 김감독은 "옥스프링을 +1으로 불펜에 대기시킨다"며 총력전 태세를 보였다.
반면 한화 김응룡 감독은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우천 결정이 난 뒤 비가 잦아들자 김 감독은 "이 정도 내리면 경기를 해야지. 2시 시작인데 너무 빨리 결정한 것 아닌가"라며 하소연한 뒤 "경기를 해야 하는데 이거 참 미치겠네"라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날 우천 연기된 경기는 31일 월요일 치러진다. 이에 따라 한화는 내달 1~3일 대전 삼성전, 4~6일 문학 SK전까지 개막부터 8연전을 치러야 한다. 김 감독은 "우리는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팀들은 다 경기하는데 우리만 쉰다. 롯데는 우리랑 하고 난 다음 쉬는데…"라며 난감해 했다.
하지만 잠잠하던 비는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김 감독도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김 감독은 "나는 비를 좋아한다. 좋은 징조"라며 "8연전이지만 운용에 있어 특별히 변화를 줄 건 없다. 선발 5명이 로테이션대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강팀이니까 손해볼 것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부산에는 저녁까지 많은 양의 비가 내렸지만 30일은 화창한 날씨가 예보돼 있다. 롯데는 송승준, 한화는 케일럽 클레이가 그대로 선발등판한다. 개막전 우천 연기가 롯데와 한화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30일로 미뤄진 개막전을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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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