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꼴찌라고? 참 나".
한화 김응룡(73) 감독이 단단히 뿔났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문가 및 언론들의 한결같이 한화를 '1약'으로 분류하며 유력한 최하위 후보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성공한 한화이지만 여전히 타팀에 비해 확실한 비교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 이에 대해 김응룡 감독도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감독은 "주위에서 우리 보고 자꾸 꼴찌라고 한다. 거 참, 야구는 제대로 봤는지 모르겠다. 야구를 몰라도 한참 모른다"며 "시범경기에서도 우리는 꼴찌를 하지 않았다. 우리 야구를 제대로 안 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보통 감독들은 약체로 평가받는 것을 속으로 반긴다. 좋은 성적을 내면 명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안 좋은 성적이라도 어느 정도 면죄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김 감독은 "부담감 같은 게 어디있나"며 "시즌이 시작도 안 했는데 자꾸 꼴찌라고 하면 선수들의 기가 죽을 수 있다. 잘 한다고 해야 기가 산다"고 설명했다. 시즌 전부터 최하위로 지목당하는 게 선수단 사기 측면에서 결코 좋을 게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때문에 김 감독은 오히려 앞장서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개막전이 우천으로 하루 연기되면서 31일 월요일 경기가 재편성됐다. 다음주까지 9개팀 중 유일하게 8연전을 치르는 강행군을 치러야 한다. 시즌 시작부터 8연전이라는 점에서 한화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김 감독도 "우리는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참 깝깝하게 됐다"면서도 "우리는 강팀이니까 손해볼 게 없다. 8연전이지만 운용에 있어 변화를 줄 것도 없다. 선발 5명이 로테이션대로 돌아가면 된다"고 자신했다. 오히려 애꿎은 비를 바라보며 "나는 비를 좋아한다. 좋은 징조"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롯데에 대한 생각도 다르지 않다. 한화는 지난 2011년부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4년째 개막전을 치른다. 지난 3년은 한화가 모두 패했고, 시즌 초반 추락의 시발점이 됐다. 올해도 한화에는 부담스런 일전이지만 김 감독은 "과거 이야기는 하지 말자. 올해부터 백지 상태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쿨하게 넘겼다.
이 같은 김 감독의 자신감은 지난 24일 미디어데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감독은 "(롯데가) 우리가 무서워서 선발을 발표 안 한 모양"이라며 웃은 뒤 "나는 일주일치 선발을 다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최진행이가 말하면 안 된다고 하길래 말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했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다. 하지만 김 감독은 주위의 평가와 8연전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김 감독은 "우리는 강팀이다. 불리함이 있지만 이겨낼 것"이라고 다시 한 번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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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