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롯데는 지난해 1번타자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는 이영우의 은퇴 이후로 고정된 1번타자가 없었고, 롯데는 김주찬이 KIA로 이적한 뒤 마땅한 1번타자감을 찾지 못했다.
양 팀은 새 시즌을 맞아 새로운 1번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29일 우천으로 연기된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서 한화는 이용규(29), 롯데는 이승화(32)가 맨 꼭대기에 자리했다. 30일로 하루 미뤄진 개막전에서도 이용규와 이승화는 나란히 1번타자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 한화에서 시작될 '용규놀이'

한화는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이용규와 정근우를 동시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전 소속팀 KIA와 SK에서 1번타자를 맡았다. 어느 선수가 1번으로 나올지 관심을 모았는데 김응룡 감독 선택은 이용규였다. 초구 공략을 선호하며 공격적인 타격을 하는 정근우보다 끈질기게 공을 골라내며 커트하는 이용규가 1번으로 조금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용규는 KIA 시절부터 오랜 기간 1번타자를 맡아 온 만큼 전혀 부담이 없다. 다만 지난해 9월 왼쪽 어깨 회전근 봉합수술을 받아 아직 송구를 할 수 없다. 외야 수비 나갈 수 없는 상태. 김응룡 감독은 "이용규는 1번 지명타자로 쓴다. 최진행은 대타로 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선수 중 한 명이라도 외야 수비가 가능해질 5월 이후 선발로 동시 기용될 수 있다.
이용규는 프로 10시즌 통산 타율 2할9푼5리, 출루율 3할7푼7리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출루율은 같은 기간 1번타자로 활약한 한화 정근우(.374) NC 이종욱(.362) LG 박용택(.358)과 비교해도 가장 높다. 1번타자로서 높은 출루율을 갖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는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다. 팀이 원하는 위치에서 뛸 것"이라고 했다. 이제 한화에서 '용규놀이'가 시작된다.
▲ 다시 믿어보는 이승화
롯데는 FA 및 외국인선수로 거포 최준석과 루이스 히메네스를 영입하는 대신 1번타자는 자체적으로 수혈했다. 이승화에게 다시 한 번 1번 중책을 맡긴 것이다. 김시진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1번타자 후보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이승화는 시범경기에서 38타수 11안타 타율 2할8푼9리로 김문호(.219)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외야 수비력과 스피드에서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이승화의 관건은 결국 타격이다. 지난 2007년 전반기 막판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주전으로 활약하며 타율 3할1리로 활약했지만 이후 좀처럼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한창 야구가 잘 될 때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페이스가 꺾이고 말았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스스로 "올해 안 되면 그만 둔다"고 말할 만큼 비장하다. 손아섭-최준석-히메네스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갖춘 롯데에서 테이블세터 그 중 1번타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다시 믿고 쓰는 이승화가 이번에는 부상없이 풀타임 1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롯데의 공격력이 달려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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