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나홀로 개막 8연전 강행군이 한화를 시험한다. 가혹한 시험이지만 이를 이겨내면 진짜 강팀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화는 지난 29일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와 시즌 개막전이 우천으로 연기됐다. 프로야구 사상 6번째 개막전 우천 연기. 문제는 올해부터 주말 3연전 우천 연기시 월요일 경기가 편성된다는 점이다. 이날 우천 연기된 경기는 31일 월요일 사직구장에서 치러진다.
문제는 한화만 홀로 8연전을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30~31일 사직 롯데전에 이어 내달 1~3일 대전 삼성전, 4~6일 문학 SK전이 차례로 잡혀있다. 나머지 팀들은 개막전 우천 연기가 되지 않아 8연전이 없다. 한화와 맞붙는 롯데도 개막 2연전 이후 3일 휴식기라 한화만 8연전 독박을 쓰게 됐다.

한화로서는 시작부터 예기치 못한 봄비의 변수로 가혹한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겨울 FA 및 외국인선수 영입으로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화를 1약으로 꼽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화보다 아래라고 할 만한 팀이 얼마 없다. 그런데 시작부터 일정이 꼬였다.
가뜩이나 투수력에서 의문 부호가 붙어있는 한화다. 클레이-송창현-앨버스-유창식-윤근영으로 5선발 구성했지만 풀타임 선발 경험이 있는 투수가 없다. 쉼없이 이어지는 8연전에서 선발투수가 오래 버티지 못하면 불펜에 부담이 가중된다. 부산-대전-인천으로 이어지는 이동 거리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첫 상대가 롯데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최근 3년 연속 사직구장에서 롯데에 패한 아픔이 있다. 롯데는 개막 2연전 이후 3일간 휴식기를 갖는데 투수들을 아낌없이 투입할 수 있는 상황. 여러모로 한화가 핸디캡을 안고 있다. 김응룡 감독도 "이거 참, 상황이 깝깝하게 됐다"며 새어나오는 한숨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 다음으로는 통합우승 3연패에 빛나는 삼성을 만나고, 뒤이어 한화가 유독 약한 면모를 보였던 SK와 일전도 차례로 잡혀있다. 8연전 다음으로 하루를 쉰 뒤에는 다시 창원으로 멀리 내려가 NC와 원정 3연전을 치러야 한다. 개막 8연전을 어떻게 잘 버티느냐에 따라 한화의 시즌 전체가 좌우될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 고비를 잘 넘기면 오히려 상승 무드를 탈 수 있다. 김응룡 감독도 "우리는 강팀이니까 손해볼 것 없다"고 자신한 뒤 "마운드 운용에 있어서도 변화를 줄 건 없다. 선발 5명이 로테이션대로 들어간다. 오히려 8연전이면 마음껏 이길 수 있게 된 것 아닌가"라는 말로 긍정론을 펼쳤다. 상황은 좋지 않지만 이 고비를 극복해야 진짜 달라진 한화를 증명할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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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