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우승’ 강영숙, “이번 우승이 가장 절실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3.30 06: 53

“열 손가락에 모두 우승반지를 끼게 됐어요.”
미국프로농구(NBA) 전설의 센터 빌 러셀은 현역시절 무려 11개의 우승반지를 수집했다. 한국여자농구에도 이에 필적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있다. 우리은행에서 10번째 우승을 채운 강영숙(33)이다.
우리은행은 29일 안산와동체육관에서 벌어진 우리은행 2013-201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라이벌 신한은행을 접전 끝에 67-66으로 물리쳤다. 정규리그 챔피언 우리은행은 2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강영숙은 더 이상 팀의 주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묵묵히 팀의 우승에 공헌하며 노장의 역할을 다했다. 위기에 노련함을 발휘한 것도 강영숙이었다. 우리은행은 3쿼터 후반 주전센터 양지희가 5반칙 퇴장을 당했다. 대신 코트에 선 강영숙은 궂은일로 팀의 우승에 일조했다. 강영숙은 득점은 없었지만 17분을 소화하며 리바운드 두 개를 잡아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공헌을 했다.
경기 후 강영숙은 “10번째 우승이다. 내가 운이 많다. 하지만 이번 우승이 제일 절실했다. (신한은행에서) 통합 6연패를 하면서 세대교체가 됐을 때도 기뻤다. 하지만 지금이 그때보다 더 절실했다. 3차전 (곽)주영이 한테 결정적인 골을 먹어 연장전에 가서 졌다. 오늘은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위성우 감독도 "시즌 중 강영숙을 데려온 트레이드는 참 잘한 것 같다. 강영숙이 없었다면 양지희에게 과부하가 걸려서 챔프전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강영숙은 우승복을 타고났다. 친정팀 우리은행을 거쳐 ‘레알 신한’의 주역으로 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올 시즌 트레이드를 거쳐 친정팀에 돌아와 또 한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가는 곳마다 우승복이 따랐다. 강영숙은 “위성우 감독, 전주원 코치와 인연이 깊다. 현역선수 우승반지 10개로 만족한다. 운동선수 생활 마지막인데 감독님이 구제해주셔서 더 기쁘다”고 했다.
신한은행 시절 주장을 맡았던 강영숙은 팀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에서 양지희의 백업역할을 수행하며 우승했다. 기분이 남다를 터. 강영숙은 “트레이드 되면서 게임을 많이 못 뛰었다. 내가 욕심을 부리면 팀이 우승을 못한다. 오늘 (양)지희가 더 버텨줬으면 했는데 많이 못 뛰어 나도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팀이 우승해서 정말 좋다”며 베테랑다운 여유를 보였다.
전성기를 보낸 안산에서 거둔 우승은 강영숙에게 더 의미가 깊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 강영숙을 2 대 2 트레이드로 KDB생명에 보냈던 팀이다.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강영숙은 “신한에 있을 때 멤버가 너무 좋았다. 당시에는 힘들게 우승했는데, 되돌아보면 좋은 선수들과 우승을 함께했다. (우리은행에 와서) 내가 더 간절하다보니 힘들지만 지금 우승이 더 좋다”며 웃었다.
강영숙은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것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경력을 쌓고 있다. 하지만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다음 시즌에도 우리은행의 우승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할 그녀의 미소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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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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