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착 진행되는 스캇의 ‘치명적 전략’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30 10: 02

첫 경기부터 괴력을 선보였다. 더 긍정적인 것은 그것이 단순한 운에서 비롯된 한 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모두 어떠한 계획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SK의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36)의 자신의 ‘치명적 계획’을 리그에 떨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캇은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2타수 1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1~3번 타자들이 무안타에 시달리는 와중에서도 분전했다. 1안타는 장쾌한 홈런이었다. 0-1로 뒤진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넥센 선발 앤디 밴헤켄을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대형 홈런을 쏘아 올렸다. 볼넷도 두 개나 고르며 끈질긴 선구안을 과시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이 135개에 이르는 스캇은 올 시즌 한국 무대를 밟은 외국인 타자 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임에 분명하다. 전지훈련부터 자신만의 체계적인 몸 관리 비법, 그리고 현역 메이저리거다운 체계적인 훈련 방법으로 관심을 모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체계’가 전지훈련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거쳐 정규시즌에 돌입한 지금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스캇은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극도로 배트를 아꼈다. 보통 연습경기 때는 타격감을 조율하고자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려보는 것이 일반적임을 고려하면 스캇은 “지나치게 신중하다”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러나 당시 스캇은 그 이유에 대해 “한국 투수들이 낯선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공을 많이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연습경기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타격감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실제 스캇의 몸 상태는 시범경기 초반까지 완벽하지 않았다. 스캇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는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경쟁이 좀 더 치열하다”라고 했었다. 자신의 상태가 최고조가 아님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급한 법이 없었다. 적응을 위해 애썼다. 투수들의 공은 물론 경기장 환경을 꼼꼼하게 둘러보며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 스캇의 이야기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시범경기 중반이었다. 몸 상태가 어느 정도 됐다고 확신한 스캇은 “이제 노리는 공이 오면 과감하게 치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실천으로 옮겼다. 여전히 많은 공을 보며 볼넷을 얻어내는 과정에서도 실투는 놓치지 않았다. 그 와중에 2개의 홈런이 나왔고 서서히 장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아직은 완전한 단계라고 볼 수 없다. 스캇도 자신의 타격 욕심을 어느 정도 억제하면서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스캇도 자신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벌이는 투수들이 많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상대 투수들의 변화구 승부가 많은 편인데 이 경우는 짧은 스윙으로 커트해내며 타이밍을 맞추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노리는 공이나 자신의 존으로 들어오는 공은 가차 없는 풀스윙이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밴헤켄이 그런 스캇의 ‘도깨비’ 스윙에 당했다. 아직은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스캇의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 계획의 끝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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