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클레이튼 커쇼다. 그 뒤를 사이영상 출신인 잭 그레인키가 받친다.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 중 하나다. 그러나 요새 다저스의 공기는 조금 다르다. 류현진이 사실상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임시 가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다저스는 30일(이하 한국시간) 속 쓰린 소식을 받아들였다. 바로 커쇼의 부상자명단(DL) 등재 소식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에 빛나는 커쇼는 지난 22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올 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시범경기 부진을 딛고 호투하며 ‘역시’라는 감탄사를 뱉게 했다. 그러나 그 후 등 부상으로 고전한 끝에 결국 15일 DL에 이름을 올렸다.
부상이 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 커쇼와 다저스의 판단이었다.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 뛴 커쇼는 당초 4월 5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개막전 출전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번 DL행으로 무산됐다. 15일 뒤 복귀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다저스로서는 에이스 없이 시즌 극초반을 치러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난해에 이어 부상으로 다시 고전하고 있는 다저스 선발진이다. 5선발감으로 기대를 모았던 조시 베켓이 오른손 엄지 부상으로 이미 DL에 있는 다저스다. 잭 그레인키는 시범경기 중 허벅지에 문제가 생겨 이제 막 시즌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오는 2일 열릴 샌디에이고전 출격이 예정되어 있으나 얼마나 완벽한 상태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나마 부상이 없는 4선발 댄 해런은 30일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난타당했다. 경기 후 돈 매팅리 감독이 “수요일(해런의 등판 예정일)이 아닌 오늘 그래서 다행이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렸을 정도다.
결국 그나마 제 구위를 유지하고 있는 선수가 류현진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류현진은 23일 애리조나와의 호주 개막 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당시 주루 플레이 도중 오른쪽 발톱에 부상을 당해 경과를 지켜봤으나 29일 불펜피칭 결과 “문제가 없다”라는 자신감을 보여 31일 샌디에이고서 열릴 미 본토 개막전에 출전이 확정됐다.
매팅리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해런이나 임시 선발 요원인 폴 마홀름보다 류현진의 구위가 앞서 있다는 판단 하에 류현진을 본토 첫 경기에 출전시켰다. 팀 내의 신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류현진이 오는 5일 열릴 샌프란시스코전에 커쇼를 대신해 등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31일 경기 결과를 봐야겠지만 현 다저스 선발진의 상황을 고려하면 적잖은 확률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사실상 류현진이 커쇼의 몫을 대신하고 있다는 뜻이다.
‘LA타임스’는 이런 상황을 빗대 “한 선수가 개막 후 6경기 중 3경기를 책임지는 상황이 나올지도 모른다”라면서 “그런데 그 선수는 커쇼가 아니다”라며 류현진의 어깨 위에 올려져 있는 짐을 설명했다. 한화 시절 팀의 ‘가장’ 노릇을 충실히 했던 류현진이 짧지만 다시 그 짐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몸 관리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어쨌든 LA 다저스의 시즌 초반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이 ‘류현진’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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