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가 부활한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가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를 잡고 1차전 패배를 설욕함과 동시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삼성화재가 30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현대캐피탈과 경기서 세트스코어 3-1(19-25, 35-33, 25-21, 27-25)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1차전 패배를 설욕하며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춘 삼성화재는 통산 8번째 우승이자 3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레오의 부활이 승부를 갈랐다. 1차전에서 부진했던 레오는 이날 경기서 자신의 역대 챔피언결정전 최다득점 기록인 47득점(블로킹 3개 포함)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24득점)과 부상 투혼을 발휘한 아가메즈(21득점)가 분발했으나, 범실 싸움에서 밀리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고 2세트 듀스 승부에서 패하며 2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현대캐피탈은 1차전 승리의 주역 문성민이 1세트부터 힘을 냈다. 1차전에서 부상을 당한 아가메즈가 벤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문성민은 착실히 팀의 득점을 책임지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반면 삼성화재는 초반 주포 레오가 현대캐피탈의 수비로 틀어막혀 좀처럼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신치용 감독이 1차전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꼽은 이강주 역시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었다. 초반부터 현대캐피탈에 끌려가던 삼성화재의 분위기가 일변한 것은 8-11 상황에서 투입된 류윤식의 서브 에이스였다.
류윤식의 서브가 여오현을 살짝 빗겨 코트안에 떨어지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어진 문성민의 백어택이 라인을 벗어난데다 송준호의 오픈까지 고희진에게 막히면서 삼성화재가 11-11 동점을 만들었다. 본격적인 접전의 시작이었다. 지켜보던 김호철 감독이 아가메즈 투입을 결정할만한 승부처이기도 했다.
아가메즈 투입 이후 두 팀의 대결은 한 점차 공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15-15에서 레오의 백어택이 최민호의 블로킹에 잡히고, 이어진 문성민과 아가메즈의 공격이 연달아 삼성화재의 코트에 꽂히며 점수는 다시 15-18로 벌어졌다. 여기에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간 김재훈이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1세트의 분위기는 현대캐피탈 쪽으로 넘어왔다. 결국 현대캐피탈이 19-25로 1세트를 가져오며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는 한층 더 치열했다. 삼성화재가 8-11로 뒤쳐진 상황에서 레오가 오픈 공격을 성공시킨 후 현대캐피탈 코트를 향해 세리머니를 하며 잠시 두 팀의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1세트와 달리 현대캐피탈이 도망쳐야할 순간 범실에 발목을 잡히며 접전이 이어졌다.

끝내야할 때 끝내지 못한 두 팀의 대결은 결국 듀스에 듀스를 거듭하는 치열한 공방전으로 전개됐다. 누군가 먼저 세트포인트에 도달하고도 범실로 듀스를 허용하거나, 범실로 세트포인트를 만들고도 공격을 마무리하지 못해 33-33까지 무려 열 번의 듀스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 점차 살얼음판 승부의 결말은 아가메즈의 공격 두 개를 잡아낸 유광우와 이선규의 연속 블로킹으로 삼성화재의 승리가 됐다.
혈전 끝에 2세트를 잡아낸 삼성화재는 승부의 균형을 1-1로 맞추는 것 외에도 확실한 수확을 얻었다. 레오가 제 컨디션을 되찾으며 공격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 것. 감이 떨어진 모습으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던 레오는 2세트 이후 정규리그 때의 모습을 되찾으며 삼성화재의 공격을 이끌었다.
결국 레오의 백어택으로 25점째를 따낸 삼성화재가 3세트를 잡아내며 유리한 고지에서 4세트를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레오가 제 컨디션을 발휘한다면 막을 도리가 없다"던 최태웅의 말처럼, 완전히 부활한 레오 앞에 현대캐피탈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설상가상으로 아가메즈가 4세트 부상 여파로 점프에 어려움을 겪으며 벤치로 물러났고, 대신 투입된 송준호와 문성민의 잇딴 공격이 삼성화재의 블로킹에 가로막히며 삼성화재가 승기를 굳혔다.

공격은 가로막히고 범실까지 이어지며 점수는 14-8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현대캐피탈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아가메즈가 나간 이후 오히려 다시 추격의 고삐를 조이며 24-24 듀스를 만들었다. 또다시 혈투가 예고되는 순간, 김명진이 송준호의 오픈을 잡아내며 26-25 매치포인트를 만들었고 레오가 마무리지으며 승리를 가져갔다. 나란히 1승 1패가 된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오는 4월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으로 장소를 옮겨 시리즈 3차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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