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의 성공 비법은 '최정 고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30 17: 18

앞으로 로스 울프(32, SK)가 등판할 때 가장 고생할 선수는 동료 3루수 최정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팀 전체로는 좋은 일이다. 울프가 첫 등판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울프는 3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84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 호투로 한국 무대 첫 경기를 잘 치렀다. 1회 낫아웃 상황에서 이성열을 1루에 내보낸 뒤 이택근에게 좌중월 2점 홈런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그 후 무난한 투구 내용을 선보이며 넥센 강타선을 6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택근에게 맞은 커브 외에는 실투도 거의 없었다.
울프의 장점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울프는 아주 위협적인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이날 직구 구속은 144~149㎞에 형성됐다. 150㎞ 이상의 공도 담장 밖으로 넘겨 버리는 한국 타자들에게 ‘빠르다’는 체감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공끝이 지저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심패스트볼, 싱킹패스트볼 등 변형 직구 계열을 많이 던지며 빗맞은 타구를 양산한다. 정상적으로 자신의 장기를 발휘할 경우 땅볼 유도가 많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장 규격이 작은 문학구장에서는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울프 같은 스타일이 괜찮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그런 예상이 적중했다. 울프는 6회까지 25명의 타자를 상대했다. 18개의 아웃카운트 중 절반인 12명의 타자를 땅볼로 처리했다. 뜬공은 3차례, 삼진은 3차례에 불과했다. 압도적인 땅볼/뜬공 비율이었다. 149㎞까지 형성되며 살짝 휘어 들어간 투심이 위력을 발휘했다.
이는 장타력이 강한 넥센 타선을 견뎌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리고 이런 울프 때문에 가장 고생한 선수이자 울프를 든든하게 지켜준 선수가 바로 최정이었다. 최정은 이날 12차례의 땅볼 중 무려 8차례를 홀로 처리했다. 모든 타구가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간혹 강한 타구나 바운드를 맞추고 어려운 타구가 있었다. 가뜩이나 1루까지의 송구 거리가 길어 여유가 별로 없는 3루 자리다. 그러나 최정은 리그 최고의 수비수답게 든든한 수비로 울프를 지원했다.
울프가 잘 던지면 최정은 해야 할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우타자로부터 3루 땅볼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날 울프를 상대한 타자 중 이택근(1번) 강정호(2번) 김민성(2번) 로티노(2번) 허도환(1번) 등 대다수의 우타자들이 3루쪽으로 땅볼을 쳤다. 하지만 이는 SK의 실점 확률이 적어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SK로서는 최정이라는 최고의 3루수가 이날 울프 호투의 보이지 않는 일등공신이었다. 전날(29일) 부진했던 최정은 이날 타석에서도 안타 2개를 치며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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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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