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정길, 패배에도 빛난 불펜 마당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30 17: 36

요즘 넥센은 온통 중심타선 이야기다. 쉬어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들이 빛날 때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며 팀에 기여한 선수들도 있다. 베테랑 계투 요원 마정길(35)이 그 주인공이었다.
넥센은 3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앞선 8회 역전을 허용한 끝에 아쉽게 졌다. 불펜이 문제였다. 8회 필승조인 한현희와 마무리 손승락을 투입시켰지만 3점을 내주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하지만 이런 넥센 불펜에서도 빛난 선수가 있었다. 바로 마정길이었다.
마정길은 팀이 2-3으로 뒤진 5회 선발 강윤구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강윤구가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가 불펜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었다. 마정길이 실점을 억제하며 최대한 많은 타자를 상대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마정길은 그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2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친 뒤 7회 마운드를 또 하나의 베테랑 요원 송신영에게 넘겼다.

SK는 조인성의 역전투런으로 기세가 오른 상황이었다. 이런 흐름에서 1점이라도 더 내줄 경우 패색이 짙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마정길은 5회 1사 후 최정에게 2루타 하나를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5회 위기도 상대 4번 타자 스캇을 삼진으로, 마정길을 겨냥해 나선 대타 박재상을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스스로 불을 껐다. 만약 넥센이 승리했다면 크게 빛날 활약이었다.
마정길의 이런 모습은 이날 경기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전날(29일)에도 보이지 않는 일등공신이었다. 마정길은 팀이 4-3으로 앞선 6회 박성훈을 구원해 마운드에 올랐다. 박성훈이 전 타자 박정권에게 추격의 투런 홈런을 허용한 상황이라 역시 마정길의 몫이 중요했다. 이런 흐름에서 마정길은 1⅔이닝 동안 무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팀 타선이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를 열어줬다.
넥센 타선은 마정길의 호투에 힘입어 8회와 9회 각각 2점씩을 내며 8-3으로 이겼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30일 경기 전 “마정길이 정말 잘해줬다. 전지훈련부터 가장 페이스가 좋았던 선수”라고 칭찬했는데 이런 감독의 믿음은 이날 경기로 한층 더 강해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선수가 있어야 강팀이 될 수 있다. 마정길이라는 마당쇠를 보유하고 있는 넥센이 그런 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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