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韓 홍보효과, 숫자가 그리 중요해?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03.30 22: 05

할리우드 블럭버스터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30일 서울 마포대교와 세빛둥둥섬에서 촬영을 시작,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과연 이 영화가 서울에 얼마나 큰 돈을 벌어다줄 것인지 수천억, 수조원에 달하는 숫자가 난무하고, 한국 영화는 나몰라라하면서 할리우드 영화에 마포대교 등을 떡 하니 내주는 서울시의 자세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세다. 꼼꼼히 경제효과를 따지는 글이나 보도에서는 서울시가 손해보는 장사를 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감지된다.
큰 탈 없이 첫날 촬영을 마쳤지만, '어벤져스2' 촬영이 진행될 4월초까지 이같은 논쟁은 끊이지 않을 전망. 이를 둘러싼 상반된 시선을 정리해봤다.

# 이걸로 2조원을 번다고?  
한국관광공사는 '어벤져스2' 촬영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직접효과 4천억원,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 2조원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어벤져스2'를 '유치(?)'한 성과를 최대한 홍보해야 했겠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홍보효과를 정확히 돈의 액수로 산정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으로 뉴질랜드가 관광명소가 된 바있지만, '어벤져스2'가 '반지의 제왕'만큼 흥행한다는 보장도 없고, '어벤져스' 1편이 그 어떤 명소도 만들어내진 않았다는 점에선 그 어떤 숫자도 무리가 따르는 전망일 수밖에 없다.
'어벤져스2' 개봉 후에도 관광객 증가나 국가 이미지 상승이 꼭 이 영화 때문이었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 이 영화의 경제효과가 어땠는지 그 누구도 정확한 액수를 매기기 어려운데, 4천억-2조원의 숫자 '남발'은 오히려 시비거리를 던져준 셈이 되는 것이다. 이후 다른 영화 유치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애국심이 기형적으로 발달한 '국뽕' 문화를 비웃는 정서가 광범위하게 공감을 사고 있어 더욱 그렇다.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천억원을 기대하는 건 촌스럽지 않냐고 비판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
# 숫자가 그리 중요해?
그러나 고작 첫 촬영을 마친 이 영화를 두고 벌써 돈 타령(?)만 하는 시선도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관광공사의 발표와 별개로, 실제 이 영화가 4천억원을 벌어다줄 것인지가 과연 제일 중요한가 하는 건 생각해볼 문제. 영화의 영향력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하는 것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드라마 및 영화에 묘사되는 한국의 모습은 굉장히 왜곡돼있었다. 비(닌자 어쌔신), 이병헌(지아이조), 김윤진(로스트) 등 한국 배우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산드라오(그레이 아나토미), 스티븐연(워킹데드) 등 현지 배우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 한국인에 대한 묘사는 상당부분 개선됐으나, 한국의 모습 그대로가 비중있게 등장한 건 거의 없는 상태. 미국에서 그려낸 한국의 모습은 주로 군부대(월드워Z)이거나, 매우 낙후된 모습이었다. 미국드라마 팬이라면 '로스트'에 등장한 '한강대교'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에 '불티나게' 팔려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 작품이 서울의 마포대교, 상암동 등 현재의 서울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몇몇 장소를 담는 건 단순히 홍보 그 이상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 영화를 보고 서울에 관광을 와야겠다고 결정하진 않을 수 있어도, 어느 누군가에겐 분명 "서울의 현재 모습이 저렇구나"하고 보여줄 기회는 되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전망은 영화가 나온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어벤져스2'가 어떻게 서울의 모습을 담아낼 것인지는 미지수이기 때문. 현재로선 마포대교 위에서 차량이 달리는 씬과 세빛둥둥섬의 전경이 담길 것은 확실해 보인다.
# 어쩌면 관건은 한국 관객이다
오히려 효과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다. '어벤져스'의 1편은 한국에서 무려 7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시장이 얼마나 큰지 할리우드에 입증한 작품이기도 했는데, 만약 '어벤져스2'가 한국에서 더 높은 흥행 기록을 세운다면 할리우드는 앞으로도 아시아를 다룰 때 한국을 우선순위에 꼽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내용에 담으면 한국 관객이 더 뜨겁게 반응한다는 공식이 성립할 수 있기 때문. 사실 할리우드가 가장 관심 있을 건 IT 강국인 한국이 영화에서 얼마나 멋지게 그려졌느냐보다는 이로 인해 '어벤져스2'가 한국 관객을 얼마나 끌어들였느냐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 로케만으로도, 영화 시장이 매우 큰 한국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꽤 매력적인 방법. '고객'의 선호를 고려해야 하니 한국이 부정적으로 그려질 가능성도 적어진다. 한국 이미지 상승에 큰 효과를 내는 건 어쩌면 마포대교나 상암동이 아니라 한국 관객인 셈이다.
이 모든 '노이즈'가 '어벤져스2' 홍보의 좋은 전략이 된다면, 서울이 어떻게 담겼는지가 궁금해서라도 극장에 갈 관객이 꽤 될 것이므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그림이다.
그러나 만약 영화가 재미가 없어서 흥행에 실패한다면 이 모든 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요즘 뜨거운 4천억-2조원 논쟁 등은 국제적인 '김칫국'으로 남게 된다. 영화는 원래 리스크가 높은 산업이니,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건 영화 개봉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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