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장희진의 실제 일상은 어떨까. 드라마를 보는 많은 시청자들이 가진 궁금증이었을지 모른다. 연기가 아니라 실제는 아닐지, 진짜로 저렇게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알코올 중독은 아닐까. 화려한 여배우도 사랑 앞에 처절히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걸까.
SBS 주말특별기획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가 지난 30일 대장정을 마쳤다. 이지아, 손여은, 엄지원 등 방영 내내 화제를 모았던 여자 캐릭터들의 개성 넘치는 엔딩이 공개된 가운데 이들 못지않게 눈길을 끈 건 이다미 역 장희진의 결말이었다.
'세결여' 최종회에서 다미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김준구(하석진 분)와의 핑크빛 미래를 암시했다. 만취한 채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 갔던 그는 6개월이 흐른 뒤 오피스텔에서 김준구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저녁 식사를 차리는 행복한 여인으로 나타났다. 그토록 원하던 남자의 품에 다시 안기게 된 다미, 그야말로 불굴의 의지가 쟁취한 해피엔딩 아닐까.

종영을 코앞에 둔 27일, 요란한 드레스를 벗고 봄처럼 밝고 가벼운 차림을 한 장희진과 인터뷰를 나눴다.
'세결여' 전보다 몰라보게 살이 빠졌다는 기자의 말에 장희진은 "날씨가 많이 춥기도 추웠고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아서 체중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지금은 원상 복귀되는 중이다. 드라마 모니터를 하는 데 내가 봐도 너무 마르게 나오더라. 근데 한창 촬영할 땐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간의 연기 고충을 짐작케 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드라마를 빠져 나온 장희진은 경쾌했다. 다정한 말투 사이에 특유의 쾌활한 웃음이 섞여 나왔다. 장희진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 '세결여'의 다미처럼 사람들에게 까끌까끌하거나 사랑 앞에 질척이지도 않는다. 기본적으로 명랑하고 소탈하고 귀여운 여자다. 그래서 인터뷰는 역시나 즐겁고 훈훈했다.

"애초 캐스팅될 때는 초반에 나왔다가 사라지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김수현 작가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 같아 감사드리고 있다. 마지막까지 출연했고 다미의 결말도 행복하지 않았나? 내심 흐지부지 끝나게 될까봐 걱정했는데 대성공한 거다.(웃음)"
장희진은 임팩트 있는 결말을 고대했다고 한다. 비극적인 선택을 하든 김준구(하석진 분)와 해피엔딩을 맞든 무엇이라도 강렬하면 좋을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김 작가는 장희진의 바램을 이뤄주었다.
"김 작가님의 대본을 보면 모든 캐릭터들에 애정이 많으신 것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작가님의 작품들이 모두 잘 된 거겠지만. 내가 연기한 다미 캐릭터도 자칫 소모적으로 끝날 수도 있는 거였는데 끝까지 예쁘게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했다."
그러나 이만큼 뿌듯한 보람을 느끼기까지, 데뷔 후 어느 때보다 좋은 평가를 얻기 까지 돌아보면 가시밭길이다.
"처음엔 캐릭터에 접근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잘하고 싶긴 한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더라. 드라마 시작하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는 도망가고 싶더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작가님한테 매주 엄청 혼이 났다. 주위에다 '도망가고 싶다'고 얘기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장희진은 스스로 마음을 달래고 이를 꽉 물었다. 김 작가가 곁에서 꾸준히 조언을 했고 직접 대선배인 배우 김해숙을 소개했다. 김해숙으로부터 연기 지도와 모니터링을 받으면서 감을 잡아갔다.
"김해숙 선생님께 정말 배운 게 많다. 무척 바쁘셨다. 동시에 두 작품에 출연 중이셨는데 어렵게 시간을 내서 제 연기를 봐주시고 조언해주시고 가르쳐 주셨다. 연기적으로 너무나 도움이 많이 됐다."

그렇게 한 달 여를 보내고 장희진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찾아온다. 자신의 집에 있다가 돌아가려는 김준구를 붙잡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던 장면이 그것이다. 이 장면을 연기한 후 장희진은 김 작가로부터 '연기 괜찮네. 이젠 네가 감을 잡은 느낌이다'는 첫 칭찬을 들었다. 그제야 장희진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돌아보면 초반에 연기한 부분은 다 아쉽다.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스피치도 빨라지고 감정도 과해지고 갈팡질팡했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 술 먹는 연기만 해도 그렇다. 처음엔 실제로 술을 먹고 촬영을 했다. 경험이 없어서 만취한 모습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어느 날은 진짜로 술에 취해서 도저히 촬영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거다. 끊고 간 적도 있다.(웃음)"
실제 장희진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극중 다미는 김준구와 줄타기를 하며 술독에 빠져 살았다. 만취한 채 비틀거리거나 쓰러지고 독백으로 대사를 쏟아내며 내재된 혼돈을 폭발시켜야 했다. 술 취한 연기부터가 장희진에게는 크나큰 숙제였던 셈이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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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