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강구이야기', 3D드라마의 정체성은 어디로 갔나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4.03.31 07: 15

배우들의 연기도 스토리도 연출도 모두 훌륭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최초 시도라는 SBS 3D드라마 '강구이야기'의 제작 이유인 3D의 흔적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30일 오후 방송된 '강구이야기'는 문숙(박주미 분)의 죽음과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지만 그의 흔적을 곱씹으며 살아가는 경태(이동욱 분)의 모습을 그리며 막을 내렸다. 안방극장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애절했다. 그러나 3D안경을 쓰고 지켜본 결과, 이러한 의문이 남았다. 굳이 3D로 제작한 이유는 뭘까.
그만큼 '강구이야기'에서는 3D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예를 들어 3D영화를 극장에서 감상한 이들에게서 나오는 감탄이 나오기 힘들다. 물론 많은 제작비를 들인 영화와 '강구이야기'를 정면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강구이야기'에서는 시청자들의 기대한 만큼의 3D화면이 구현되지 않았다. 화면의 구성 자체가 3D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의 눈물을 원하는 장르다. 영덕 강구항을 배경으로 남녀의 슬픈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 과정에서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영덕 강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경태, 문숙의 애달픈 로맨스다. 대중이 흔히 3D 영상이라고 생각하면 떠올리는 역동적인 장면이 나오기 어렵다. '강구이야기'는 대체적으로 정적인 분위기로, 이 드라마와 입체적 화면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 짝이기도 하다.
3D TV가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는 현실도 '강구이야기'의 존재 이유를 희석시킨다. SBS 또한 이 같은 현실을 염두에 두고 첫 시도로서의 의미에 더 방점을 찍은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첫 스타트를 끊은 주인공으로서는 박수 받을 만하지만, 이 드라마 자체가 거둔 성과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강구이야기'를 연출한 홍성창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3D 장르에 적합한 액션, 역동적인 화면은 없다"면서 "서정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화면을 담아낼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강구이야기'에는 서정적인 자연은 충분히 담겼지만 그의 말처럼 시청자의 시선을 끄는, 3D드라마에 적합한 화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편, 오는 4월 5일부터는 막을 내린 '강구이야기'의 빈자리를 SBS 새 주말드라마 '기분 좋은 날'이 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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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이야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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