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같은 단막극이 등장했다. 배우들의 호연을 시작으로, 허를 찌르는 강렬한 반전 스토리에 영화 같은 영상미는 단막극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30일 밤 11시 55분에는 KBS 2TV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4 ‘괴물’이 방송됐다. ‘괴물’은 재력가 아들인 태석(연준석 분)이 우발적으로 꽃뱀 민아(김희진 분)를 살인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제작진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극의 재미를 높였다.
이날 ‘괴물’은 태석이 불안한 모습으로 도심을 질주하는 장면으로 포문을 열었다. 재력가 아들인 태석은 남 부러울 게 없는 명문대생이지만, 어머니 기일에 만난 민아를 목 졸라 살해하며 삶이 틀어졌다. 이에 태석의 아버지는 현수(강성민 분)를 담당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현수는 태석의 불안한 심리와 언론을 역이용, 현수에게 자수를 권한 후 그를 피의자에서 꽃뱀에게 당한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그러나 반전이 펼쳐졌다. 담당검사 진욱(박병은 분)의 취조를 통해 태석은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됐다. 죽은 민아의 사인이 후두부 손상이 아닌 질식사임을 통해 당시 민아는 살아있었고, 변호사 현수가 민아를 죽였음을 알게된 것.
태석은 현수에게 왜 민아를 죽였는지 따졌지만, 현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어쩌다 이런 오해가 생긴 거야. 살인을 말하는 거면 그 여자를 죽인건 너야. 왜 이래. 그깟 꽃뱀하나 죽인 거 가지고. 이건 다 돈 뜯어내려던 꽃뱀 탓이야. 그런 애 죽은 게 뭐가 대단하다고. 너도 그렇게 생각했지?”라고 잔인하게 말했다.
이에 태석은 민아를 살릴 수 있었다고 절규했지만, 현수는 “그 꽃뱀이 살아있다면 넌 폭행죄에 강간미수야. 죽었으니 그나마 도망갈 기회가 생겼지”라고 느긋하게 말했다. 더욱이 현수는 이 모든 일이 태석의 선택이었다고 몰아붙이는 뻔뻔함으로 보는 이들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이후 담당검사 진욱은 “태석의 폐쇄공포증은 약물로 어느 정도 치료된 상태지만, 문제는 붉은 상태에도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중증의 피 공포증이다. 이 두 개의 공포증이 가진 사람은 그런 상황에 도망치거나 기절할 뿐”이라는 태석 담당의의 소견을 듣고 변호사 현수가 진짜 살인범임을 눈치챘다.
진욱은 태석에게 현수의 범죄사실을 밝히자고 손을 내밀었지만, 남의 이목과 실리를 택한 태석의 부친으로 인해 태석 역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냥 보통 여자 애야. 실수도 하고 헛발질도 하지만 살아만 있으면 가족들한테 돌아가 제대로 살 수 있을 그런 여자애야”라던 진욱의 절규만이 시청자들의 폐부를 찔렀다.
그러나 또다시 펼쳐진 반전에 반전. 태석은 이후 정의와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갈등하다. 현수의 범죄사실을 폭로하는 정의를 택했다. 하지만 돈의 노예 현수와는 다르다고 자신했던 태석 또한 민아가 살아있었음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선사했다. 결국 드라마의 끝은 “아직도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해?”라던 현수의 비아냥이 사실로 증명되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처럼 ‘괴물’은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스토리에 최신 기종 카메라인 에픽 드래곤을 국내 최초로 드라마 메인 촬영에 사용해 뛰어난 영상미를 뽐냈다. 여기에 연준석, 강성민, 박병은의 탄탄한 연기력이 고루 어우러지며 명품 드라마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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