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은 저마다 테마송을 가지고 있다. 선수가 등장할 때 그 선수의 테마송이 흘러나와 팬들은 음악만 들으면 어떤 선수가 나오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테마송은 야구장에서 선수를 가장 잘 나타내는 특징 중 하나다.
지난 30일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던 대구구장에서는 테마송이 나와야 할 투수 교체시기에 알 수 없는 큰 소리가 흘러나왔다. 같은 크기로 일정하게 나는 소리는 핸드폰 진동음을 연상시켰지만, 핸드폰 진동 소리라기엔 너무 컸다. 분명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이에 삼성 관계자가 원인을 파악한 결과, 이 정체불명의 소리는 다름 아닌 삼성 좌완투수 박근홍의 테마송이었다. 박근홍은 핸드폰 진동 소리를 테마송으로 정했고, 이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나와 이상할 정도로 크게 들렸던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핸드폰 진동처럼)소리 없이 강한 선수가 되고 싶어 본인이 이 소리를 테마송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특이하게 느꼈을 테지만, 이유를 듣고 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다.
2004년에 입단해 이제 프로 생활을 하기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지만, 박근홍은 아직까지 잘 알려진 스타는 아니다. 삼성에 오기 전 KIA에서 몸담을 때의 이름인 박정태가 더 익숙한 팬들도 많을 것이다. 부산고 시절이던 2003년에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을 정도로 방망이에도 재능을 보였으나, 투수로 뛴 프로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테마송으로 표현한 강한 의지 덕분이었을까. 시즌 첫 등판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뒀다. 30일 경기에서 팀이 8-4로 앞서던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등판한 박근홍은 까다로운 타자인 신종길과 브렛 필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피칭을 마쳤다.
KIA에서 1군 경기에 88차례나 등판했을 만큼 적지 않은 기회를 얻었지만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기는 운명을 맞이했을 정도로 스포트라이트와 거리가 멀었던 그는 이적 후 야구를 잘 하기 위해 이름까지 바꿨다. 그리고 이제는 테마송까지 남다르다. 누구보다 절실한 각오를 품은 박근홍의 2014 시즌 활약이 계속해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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