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섭 스폰지 흡수력, 괴물 탄생 예고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3.31 06: 12

불과 일주일 만에 몇 단계 더 성장했다.
LG 신인 좌투수 임지섭(19)이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두 달도 안 돼 프로무대 첫 선발승을 올렸다. 임지섭은 30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 개막 시리즈 중압감을 이겨내고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5이닝 동안 75개의 공을 던졌고 최고구속은 149km를 찍었다. 볼넷이 4개로 탈삼진 2개보다 많았지만, 할 수 있는 것에 충실하며 마운드를 지켰다.
사실 임지섭은 불과 4일 전에만 해도 자신이 1군이 아닌 2군에 있을 줄 알았다. 지난 23일 시범경기가 끝난 후 LG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계획대로 임지섭을 2군에서 선발투수로 한 단계씩 성장시키려고 했었다. 임지섭 또한 “당연히 2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할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조금 놀랐던 게 사실이다”고 4일전 30일 경기 선발 등판 통보를 받았을 때를 돌아봤다.

원래 계획은 임지섭이 아닌 신재웅이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종료 후 신재웅의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지난 26일 LG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신재웅 대신 임지섭을 선택하는 과감한 결단을 했다. 당일 임지섭은 강상수 투수코치의 지도 속에서 60개의 공을 던지며 불펜 피칭에 나섰다.
불펜 피칭을 마치고 강 코치는 임지섭에게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었고 임지섭은 “제구력과 구위, 변화구인 것 같습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강 코치는 “네 말대로 제구력과 구위, 변화구 모두 투수에게 중요하다. 하지만 네가 제구도 잘 되면서 직구 구속도 잘 나오고 변화구도 마음대로 구사되는 날은 일 년에 1, 2번 밖에 없다. 투수한테 모든 게 마음  대로 잘 되는 날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강 코치는 “선발 등판 때는 직구 위주로 가라. 직구도 100%가 아닌 70%의 힘으로 던져라. 지금 네 구속에서 70%로 던져도 타자들은 치기 힘들어 한다. 변화구는 그날 가장 자신 있는 것 하나만 던져라. 이제 첫 무대다. 앞으로 너는 무수히 많이 선발 등판할 할 것이다. 지금은 네가 가지고 있는 것만 보여줘도 된다”고 임지섭의 데뷔전 투구 방향을 확실하게 잡아줬다.
임지섭은 강 코치의 지도를 그대로 따랐다. 최고 구속 149km의 직구를 63개 던졌고 변화구는 12개 밖에 구사하지 않았다. 커브를 버리고 슬라이더를 9개, 포크를 3개 구사했다. 임지섭은 데뷔전을 마치고 자신의 투구에 대해 “그동안 코치님께서 일부러 내게 기분 좋은 이야기만 해주셨다. 나 또한 코치님 덕에 기분 좋게 마운드에 올랐다. 의도적으로 직구를 많이 던졌다. 상대 타자들이 내 직구에 밀리는 모습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KIA와 시범경기 당시의 임지섭은 영락없는 신인이었다. 스스로 만원 관중에 압도됐고, 자신도 모르게 힘으로만 공을 던졌다. 던질 때마다 릴리스 포인트는 들쑥날쑥했고, 머리는 하염없이 하늘로 올라갔다. 임지섭은 “그 때 던진 게 오늘 큰 도움이 됐다. 지난주 시범경기서 많은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던졌기 때문에 이번에 덜 긴장했다. 그 때는 타자들을 신경 쓰면서 내가 스스로 흔들렸는데 이번에는 일부러 상대 타자를 의식하지 않았다. 타자를 잡고 난 뒤 전광판을 보고 ‘내가 누구와 상대했었구나’만 돌아봤다”고 했다.
류현진이 1년차부터 성공하고 메이저리그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빠른 흡수력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체인지업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지만, 당시 선배였던 구대성의 지도를 스펀지처럼 흡수, 체인지업을 익혔다. 구대성 뿐이 아닌 코칭스태프의 지도도 순식간에 캐치해 고속 성장을 이뤘다. 류현진의 성장은 메이저리그서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금 이 시점에서 임지섭과 류현진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데뷔전 등판 기록만 봐도 류현진은 7⅓이닝 10탈삼진 1볼넷 3피안타 무실점으로 임지섭에 앞서 있다. 임지섭 역시 류현진과의 비교에 “아직 나는 많이 부족하다. 제구가 될 때는 되지만, 갑자기 안 될 때가 있다. 주자도 아직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롤 모델이 봉중근 선배님인데 봉중근 선배님처럼 하려면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쑥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강 코치는 스프링캠프를 마친 시점에서 임지섭을 두고 “기본적으로 습득이 빠르고 영리한 투수다.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아지리라 본다”고 임지섭의 성장 속도에 놀라움을 표한 바 있다. 이제 겨우 첫 번째 발자국을 찍었을 뿐이지만, 이대로라면 두 번째, 세 번째 발자국을 찍는 날이 빨라질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에 또 한 명의 괴물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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