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드라마스페셜 ‘괴물‘, 70분이 짧게 느껴진 수작
OSEN 오민희 기자
발행 2014.03.31 07: 15

영화만큼 강렬했다. 러닝타임 70분. 단막극으로 끝나기엔 아쉬운 수작이었다. 일요일 늦은 밤에도 시청자들을 브라운관으로 끌어당긴 KBS 2TV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4 ‘괴물’은 연기와 연출, 치밀한 대본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극의 흡인력을 높였다.
지난 30일 밤 11시 55분 KBS 2TV에는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4 ‘괴물’이 방송됐다. ‘괴물’은재력가 아들 태석(연준석 분)이 우발적으로 꽃뱀 민아(김희진 분)를 살인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제작진은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세태와 이기적인 인간군상을 그리며 ‘누가 진짜 괴물인지’를 곱씹게 했다.
드라마는 태석이 어머니의 기일에 만난 민아를 살해한 것으로 밝혀지며 시작됐다. 이에 태석의 부친 창훈(김종수분)은 변호사 현수(강성민 분)를 선임, 아들의 살인을 무마하기 위해 10억이란 거액을 썼다. 아들에 대한 애틋한 부성애보다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자하는 사욕이 컸다.  

살인 현장에 도착한 현수는 형처럼 다정하게 겁먹은 태석을 진정시켰다. 이어 태석에게 자수를 권유한 현수는 태석의 정신분열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여기에 현수는 태석에게 일관된 진술, 여론을 반전시킬 적절한 쇼 등을 주문하며 태석의 무죄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덕분에 태석은 20대 여성을 살해한 잔혹한 피의자에서 꽃뱀의 공격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선량한 명문대생으로 비춰지며 시민들의 동정표를 얻었다.
이대로라면 태석의 무죄는 확실시 되는 상황. 그러나 이 사건이 청개구리 검사 진욱(박병은 분)에게 배당되며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태석은 진욱의 취조를 통해서야 민아가 자신과의 몸싸움 직후 사망한 것이 아닌, 현수의 손에 질식사 당했음을 알게 됐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태석은 현수에게 이유를 따졌지만, 현수는 태석의 선택이었다고 몰아붙이며 당당한 기세를 이어갔다.
이후 진욱 역시 태석을 폐쇄공포증으로 진단한 담당의를 만나, 진범이 따로 있음을 눈치챘다. 태석은 어릴 적 차사고로 인해 폐쇄공포증 뿐 아니라, 극도의 피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 담당의는 “이 두 개의 공포증이 가진 사람은 그런 상황에 도망치거나 기절할 뿐”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이렇게 민아의 진짜 살해범은 현수로 드러났다. 현수는 자신의 범죄사실을 뻔뻔하게 부인했지만, 태석이 그의 범죄사실을 증언했다. 여기에 현수의 협박에 심기불편해진 태석의 부친이 검찰에 녹음파일을 건네며 현수의 손에 쇠고랑을 채웠다. 현수와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에는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부탁한 민아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던 것.
이 과정에서 범죄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학연 지연 등의 법조 인맥을 총동원하는 어두운 사회의 단면, 서로의 약점을 쥐고 물어 뜯는 이기적인 인간 군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는 이들의 폐부를 찔렀다. 또 정의감 넘쳤던 담당검사 진욱 역시 현수를 잡기 위해 반칙을 저지른 것은 마찬가지라는 반전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현수를 잡기 위해 살인을 사주한(살인교사) 창훈의 불법행위는 눈감아준 것. 여기에 권력가와 자리를 주선하는 창훈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는 진욱의 모습은 묘한 씁쓸함을 자아냈다.
이렇게 ‘괴물’은 파렴치하거나 이기적인 타인을 보며 ‘나는 당신과 달라’를 외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기심에 돌직구를 던졌다. 특히 “아직도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해?”라고 조소하는 현수의 마지막 대사는 깊은 충격과 함께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스토리만큼이나 연기력과 연출도 대단했다. 톱배우는 없었다. 하지만 다작을 통해 내공을 다진 연준석, 강성민, 박용은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는 온라인을 뜨겁게 달굴 만큼 위력적이었다. 특히 아역배우 출신의 연준석은 성인이 된 후 첫 주연작임에도 불구, 강성민 박용은에게 밀리지 않은 호연을 보여줘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케 했다.
또 ‘괴물’을 연출한 김종연 감독은 인물들의 심리상태에 따라 다양한 촬영기법을 동원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헬리캠, MOVI, 5D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드라마 메인 촬영에 투입된 최신 기종 카메라 에픽 드래곤을 사용해 긴장감 넘치는 영상미를 선사하며 눈이 호강하는 명품 단만극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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