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물건들이 들어왔다. 신인 투수 최영환(22)과 포수 김민수(23)가 프로 데뷔전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며 존재감을 떨쳤다. 개막전 승리 못지않게 미래를 발견한 것이 한화에는 정말 큰 소득이었다.
지난 3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롯데 개막전에서는 보기드 문 관경이 연출됐다. 6회 2사 후 한화 선발 케일럽 클레이가 내려간 이후 신인 투수 최영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와 배터리를 이룬 포수도 신인 김민수. 3-2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는 승부처에서 한화는 신인 배터리로 승부했다.
1점차 리드라는 타이트한 상황에서 한화 김응룡 감독은 최영환을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최영환은 강민호를 유격수 내야 뜬공으로 잡으며 롯데의 추격 흐름을 끊은 뒤 7회 황재균에게 좌전 안타와 상대 실책으로 무사 2루에 몰렸지만 문규현을 우익수 뜬공 돌려세우며 박정진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최영환은 시범경기 7경기에서 홀드 2개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1.17로 활약, 개막전부터 단숨에 필승조에 진입했다. 팔 스윙이 짧은 간결한 투구폼으로 최고 151km 강속구를 뿌리며 주목받았다. 데뷔전이 된 개막전 구원등판에서도 최고 149km 직구로 정면승부했다. 타이트한 상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최영환은 나이가 젊고, 연투가 가능한 투수"라며 승부처에서 과감하게 투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영환은 "생각보다 더 긴장이 돼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고 데뷔전을 돌아봤지만, 향후 필승조로 활약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또 하나 고무적인 건 포수 김민수의 활약이었다. 이날 김민수는 지난 2000년 해태 김상훈 이후 신인으로는 무려 14년 만에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쓰고 개막전에 나섰다. 긴장될 법도 하지만, 공수에서 기대이상으로 활약했다. 2회 2사 후 데뷔 첫 타석에서 송승준의 초구 투심을 받아쳐 좌전 안타로 프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
김민수의 첫 안타는 한화의 선취 2득점 발판으로 작용했다. 수비에서도 그는 5회 피치 아웃으로 2루 도루를 시도한 이승화를 잡아내 이닝을 끝내는 등 경기 내내 안정감있는 포구와 블로킹으로 안방을 지켰다. 고정된 포수가 없어 고민이던 한화는 김민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모습이었다.
경기 후 김민수는 "크게 긴장되는 건 없었다. 첫 안타를 친 후 조금 얼떨떨했을 뿐 그냥 재미있었다"며 웃은 뒤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종화 한화 배터리코치 역시 김민수의 데뷔전에 대해 "한마디로 잘 했다. 전체적으로 투수 리드가 좋았고,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갔다"고 긍정적으로 칭찬했다.
개막전부터 신인들을 주저없이 중용한 김응룡 감독은 최영환과 김민수에 대해 "평소 하는 것 만큼 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뷔전이 된 개막전부터 두둑한 배짱을 보여준 최영환과 김민수. 한화에 그야말로 물건들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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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