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저하는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에서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종목 구분을 하지 않고 선수와 지도자는 체력을 끌어 올리는 일에 중점을 둔다. 레슬링, 복싱 등 격투계열을 비롯해 축구와 농구 등도 마찬가지다. 체력 소모가 매우 적어 보이는 종목 또한 체력 저하가 정신력까지 영향을 끼치는 만큼 체력 운동에 소홀하지 않고 있다.
매 경기 대부분의 선수들이 10km 이상을 뛰는 축구의 경우 체력 소모가 매우 큰 종목 중 하나다. 단순히 뛰는 것이 아니라, 전력 질주를 번갈아 가며 하는 만큼 체력 소모는 다른 종목보다 크다. 게다가 일주일에 2~3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PC 게임 혹은 비디오 게임에서와 같이 하루를 쉬면 체력 게이지가 차 오르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체력에 대한 중요성은 선수의 개인 기량, 그리고 지도자의 전술과 더불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최근 전북 현대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체력의 중요성이 크게 느껴진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전과 K리그 클래식 개막전 부산 아이파크전에서의 전북은 완벽에 가까웠다. 선수들의 엄청난 활동량과 전방에서부터의 강한 압박은 상대가 전진할 틈을 주지 않았다. 내용이 좋은 만큼 결과도 좋았다. 두 경기 모두 3-0 전북의 완승이었다.

하지만 전북의 좋은 경기력은 2경기에 그쳤다. 엄청난 장거리 비행이 필요한 호주 원정이 전북을 기다렸던 것. 전북은 지난 9일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경기를 위해 한국을 떠났다. 홍콩을 경유해 멜버른으로 들어가는 일정이었다. 편도만 20시간 이상이 걸렸다. 강철 체력을 지닌 선수들의 몸을 지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시 전북은 체력 저하가 확연한 가운데 멜버른과 간신히 2-2로 비겼다.
문제는 한 경기에 그치지 않았다. 멜버른을 떠나 홍콩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온 전북 선수들은 또 다시 20시간 이상의 비행에 시달려야 했다. 귀국 후 하루를 쉰 전북은 바로 인천과 경기를 소화해야 했고, 인천전 직후에는 중국으로 넘어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원정경기를 가졌다. 경기-이동-경기-이동의 연속으로, 휴식의 시간은 거의 없었다. 결국 계속된 비행과 이동으로 인해 전북의 체력 소모는 커져만 갔고, 선수들의 체력 저하로 강력했던 압박은 실종이 됐다. 경기력의 저하는 당연했다.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들은 전북과 비슷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해당 팀들 또한 체력 저하는 피할 수가 없다. 2012년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던 울산 현대도 초반 혹독한 일정에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세밀함의 차이가 있다.
울산은 2012년 3월 3일 포항 스틸러스전을 시작으로 31일 동안 7경기를 소화했다. 전북은 지난 8일부터 29일까지 22일 동안 7경기를 뛰었다. 9일의 차이는 선수들의 체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울산은 해당 기간 동안 홈 3경기, 원정 3경기를 소화했는데, 원정 2경기는 그나마 포항과 대구에서 열린 것으로 울산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서 열렸다. 해외 원정도 있었지만 일본 도쿄로 그렇게 먼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잦은 경기로 인해 경기력에 영향을 받았다. 울산은 2012년 3월 20일 FC 도쿄와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2012년 4월 4일 브리즈번 로어(호주)와 홈경기까지 3무 1패를 기록했다. 장거리 원정은 없었지만 주중과 주말로 계속되는 경기로 인해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전북은 당시의 울산보다 선수 층은 두텁다. 선수 기용에 여유가 있다. 그러나 호주 원정과 계속된 장거리 이동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두터운 선수층의 이점이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일정과 체력 탓을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전북은 4월 한 달 동안 9경기가 예정돼 있다. 쉴 수 있는 틈이 없다. 결국 전북 스스로 현재의 악조건을 이겨내야만 한다. 2012년 울산 또한 시즌 중반 호주 원정 등을 다녀오며 최악의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선발 명단의 차이도 없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정신력으로 버텨내며 체력의 한계를 극복했다. 그 결과물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달콤함이었다. 체력 저하를 단기간에 극복할 방법은 정신력뿐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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