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초반 잠시 흔들렸지만, 낮은 제구가 류현진(27, LA 다저스)을 살렸다.
류현진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미국 본토 개막전으로 관심을 모은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7이닝 3피안타 7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경기의 최대 위기는 1회말에 찾아왔다. 선두 에버스 카브레라의 볼넷과 크리스 데노피아의 우전안타, 1사 후 제드 저코의 볼넷에 류현진은 만루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내내 류현진을 괴롭혔던 1회 징크스를 떠올리게 하는 위기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낮은 코스에 공을 집어넣어 곧바로 이닝을 끝냈다. 후속타자 욘더 알론소를 맞아 류현진은 초구에 바깥쪽 낮은 곳으로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고, 알론소의 방망이를 거친 타구는 류현진의 글러브로 들어와 1-2-3 병살로 연결됐다. 의도대로 낮은 곳에 공을 뿌리자 원하던 땅볼이 나왔다.
1회 위기를 겪은 이후 날카로운 제구력이 완전히 살아난 류현진은 이후 볼넷을 단 하나만 내줬다. 다양한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류현진은 전반적으로 낮은 곳에 효과적으로 던지며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냈고, 16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타순이 한 바퀴 도는 시점에 접어들어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준 것도 주효했다. 류현진은 2번 데노피아부터 시작된 3회에 총 10개의 공을 던졌는데, 그 중 4개가 커브였다. 커브의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고, 커브의 로케이션도 안정적이었던 것이 호투로 이어진 원동력이었다.
7이닝을 던진 류현진이 땅볼로 만든 아웃카운트는 2개의 병살타 포함 총 10개였다. 탈삼진이 7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땅볼 유도 능력이다. 이 많은 땅볼 또한 1회 만루 위기에서 나오기 시작한 낮은 제구가 불러온 긍정적인 결과였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대신 나선 경기에서 커쇼가 해야 할 역을 똑같이, 혹은 더 잘 해낸 류현진은 시즌 초반 실질적 에이스로 확실한 믿음을 심어줬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는 피칭은 에이스라 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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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