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 LA 다저스)은 불운했다. 충분히 승리를 챙길 수 있었던 투구 내용에도 불구하고 불펜이 다시 승리를 날렸다. 믿었던 필승조이기에 더 아쉬웠다.
류현진은 31일(이하 한국시간) 미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2014년 미 본토 개막전에서 7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1-0으로 앞선 8회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투수 요건을 챙겼으나 류현진의 바턴을 이어받은 브라이언 윌슨이 곧바로 세스 스미스에게 동점 솔로포를 맞으며 승리가 날아갔다.
말 그대로 역투였다. 1회 1사 만루 위기에서 병살타를 유도한 류현진은 2회 위기도 잘 넘기며 초반 고비를 극복했다. 3회부터는 샌디에이고 타선을 압도했다. 샌디에이고 타자들이 출루조차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류현진은 7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기록하며 승리를 앞두는 듯 했다.

다저스 불펜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다저스는 9회 켄리 잰슨이라는 확실한 마무리가 있다. 8회에는 지난해 맹활약을 펼치며 다저스 불펜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올스타 마무리 출신 브라이언 윌슨이 버티고 있었다. 8-9회 라인은 리그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할 만했다. 때문에 류현진의 2승도 큰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믿었던 윌슨이 불쇼를 저질렀다. 지난해 로날드 벨리사리오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윌슨은 8회 등판하자마자 세스 스미스에게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맞고 류현진의 승리를 날렸다. 그 이후에도 계속 불안했다. 그란달에게 볼넷을 내줬고 카브레라의 번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주자를 불렸다. 결국 데노피아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내주며 추가실점했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며 강판됐다.
지난해 후반기 윌슨의 구위를 생각하면 믿을 수 없었던 불쇼였다. 류현진으로서도, 불펜 구축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던 다저스로서도 허탈한 8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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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