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 LA 다저스)이 역투에도 아쉽게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적은 투구수 때문에 8회에도 등판할 수 있었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라 그러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류현진은 31일(이하 한국시간) 미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2014년 미 본토 개막전에서 7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1회 1사 만루 위기를 병살타로 잘 넘긴 류현진은 3회부터 별다른 위기조차 없을 정도의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16타자 연속 범타도 끼어 있었다.
그러나 8회 마운드에 오른 브라이언 윌슨이 동점 솔로홈런을 맞아 승리가 날아갔고 결국 8회에만 3점을 내주며 1-3으로 졌다.

류현진은 7회까지 단 88개의 공을 던졌다. 초반 위기를 생각하면 놀랄 정도로 경제적인 피칭이었다. 때문에 8회에도 등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다저스 벤치는 교체를 결정했다. 물론 브라이언 윌슨과 켄리 잰슨에 대한 믿음감이 있었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악수가 됐다.
이에 대해 미 NBC스포츠는 "류현진이 운이 없었다(tough luck). 7이닝 동안 샌디에이고 타선을 봉쇄했다"라고 경기를 총평한 뒤 "단지 88개의 공을 던졌다. 만약 시즌 막판이었다면 그는 아마도 8회에도 등판했을 것이다"고 했다.
다저스 벤치의 결정에는 여러 배경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윌슨과 잰슨에 대한 믿음감이 확고했다. 윌슨이 이날 불을 지르기는 했지만 다저스의 8-9회를 책임질 두 선수는 리그 최고의 위용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 선수가 직전 등판 기록이 없어 매팅리 감독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류현진에 대한 배려 측면도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많은 투구수는 부담이 된다. 또한 역투에 가려 있어서 그렇지 류현진도 엄연한 부상자였다. 발톱 부상이 완벽하게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등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당장 커쇼의 등판이 예정됐던 오는 4월 5일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개막전 자리가 비어있다. 4일을 쉬고 류현진이 나설 수 있는 일정인데 이런 점도 고려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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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