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임무, '리' 절벽을 뛰어넘어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3.31 20: 49

텍사스의 새로운 첨병 추신수(32)가 절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추신수는 1일(이하 한국시간) 알링턴 레인저스 볼파크에서 벌어질 '2014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전 출전을 앞두고 있다. 론 워싱턴 감독은 일찌감치 추신수를 1번 타자로 선발 기용할 것을 밝힌 상황. 추신수는 텍사스 공격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짊어졌다.
지난 겨울 추신수는 거액의 이적료로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총액 1억3000만 달러라는 금액도 대단하지만, 그보다는 7년이라는 계약이 더 가치있다. 존 대니얼스 텍사스 단장은 좀처럼 장기계약을 하지 않는다. 그가 30살이 넘은 외야수를 7년 계약으로 붙잡았다는 사실 자체가 추신수의 가치를 입증한다 .

시범경기에서 추신수는 잔부상 속에 타율 1할6푼1리(56타수 9안타), 출루율 2할5푼에 머물렀다. 왼 팔에 통증을 느껴 꾸준하게 출전하지 못했고, 그러면서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았다. 사실 추신수 정도의 선수에게 시범경기 성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워싱턴 감독도 "지금 추신수는 공을 많이 보는 것"이라고 시범경기 성적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추신수가 개막전에서 상대할 선발투수는 강력하다. 바로 좌완 클리프 리(36)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좌완투수 가운데 한 명인 리는 2008년 사이영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9년까지 두 선수는 클리블랜드에서 한솥밥을 먹었는데 추신수는 2008년에만 리가 선발로 나온 경기에서 홈런 2개를 기록하면서 사이영 상 수상에 조금이마나 도움을 줬다.
둘의 투타 맞대결은 작년에야 처음 성사됐다. 7번 맞붙어 6타수 1안타 1볼넷, 리가 추신수에 조금 앞섰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투수를 상대로 7번 가운데 2번 출루에 성공하는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
텍사스는 시즌 개막 전부터 주전선수들이 줄부상으로 낙마하며 힘겨운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톱타자 추신수가 공격 실마리를 풀어줘야만 한다. 리를 상대로 끈질기게 승부해 출루에 성공해야 경기의 활로가 보인다. 더군다나 텍사스는 에이스 다르빗슈 유가 부상자명단에 오르면서 태너 섀퍼스가 깜짝 선발로 등판하는데, 승리를 위해서는 추신수가 최대한 많이 출루해 점수를 벌어놔야 한다.
워싱턴 감독은 "추신수가 출루하면 앤드류스에게 번트를 지시하겠다"고 미리 밝혔다. 추신수가 워싱턴 감독 야구의 핵심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번트를 즐겨하는 워싱턴 감독은 출루율이 좋은 추신수 영입으로 더 많은 번트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리를 상대로 대량득점이 쉽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추신수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 리의 별명은 '절벽'이다. 이름인 클리프(Cliff)를 단순히 우리말로 옮긴 것이지만, 상대 타자들로 하여금 절벽을 마주한 것과 같은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썩 잘 어울리는 별명이다. 과연 추신수가 개막전에서 절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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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CIN-PHI 맞대결에서 재회했던 추신수와 클리프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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