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비판도 수용하지 않는 조직에 과연 발전이 있을까.
프로축구에 때 아닌 심판판정 논란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하지만 논점이 어긋난 모양새다. 어떻게 하면 더욱 공정한 판정을 할 수 있을지가 내용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벌금으로 감독들의 입을 막을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 26일 포항전에서 1-3 역전패를 당한 뒤 공식 인터뷰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심판을 비판했다. 최 감독은 “K리그는 박스 안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되면 심판들이 약해진다. 박스 밖에서와 다르다. 왜 그렇게 우유부단한지...”라며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면 수 백 개도 제출할 수 있다. 경기를 보다보면 말도 되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 (심판들이) 보고도 못 본 척을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에 물어보고 싶다”며 강도 높은 이야기를 했다.

K리그 경기·심판 규정 제3장 제36조(인터뷰 실시) 5항에 따르면 인터뷰에서는 경기의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해 일체의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된 최강희 감독에게는 상벌규정 제17조 1항을 통해 제재금 700만 원이 부과됐다.
하지만 벌금으로는 심판판정에 대한 감독들의 불만을 근본적으로 잠재울 수 없다. 박종환 성남FC 감독은 29일 전북전에서 0-1로 패한 뒤 “아무 이야기 할 것이 없다. 나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야 하는데... 국제 심판을 10년 이상 했고, 감독도 40년 이상을 해봤는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을 할 것이 없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의 벌금이 나온 이후 나온 발언이었다.
프로축구연맹에서는 현재 박종환 감독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박 감독이 심판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했다고 판단되면 최강희 감독과 마찬가지로 벌금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것은 논란이 된 심판판정에 대한 프로축구연맹의 제대로 된 설명과 분석은 없다는 점이다. 심판도 사람이라 오심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들이 심판을 전혀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K리그가 발전하기 어렵다. 감독들에게 벌금을 매긴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심판판정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상벌보다 심판판정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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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