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이 던지라고 하면 던진다. 난 던질 수 있다.”
류현진(27, LA 다저스)은 완벽에 가까웠지만 팀은 승리를 눈앞에 두고 미끄러졌다. 다저스가 치른 3경기 가운데 두 차례 선발 등판. 류현진의 책임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홈 개막전 등판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류현진은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미국 본토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샌디에이고 타선을 상대로 16타자 연속 범타 요리하는 등 막강한 구위와 제구를 자랑했다. 7회까지 1-0 리드를 안긴 채 마운드를 불펜에 넘겼지만 불펜이 불쇼를 저질렀다. 류현진의 승리는 사라졌다.

2경기 동안 12이닝 12탈삼진 무실점. 평균자책점은 0.00이다. 무적에 가깝다. 류현진이 호주 개막 2연전을 포함해 올 시즌 2경기 선발 등판에서 거둔 기록이다. 지난 시즌 빅리그 데뷔 첫 두 경기에서 12⅔이닝 5실점(3자책)을 기록한 류현진이 한층 더 성장했다. 기존 체인지업뿐만 아니라 슬라이더와 커브를 날카롭게 다듬은 결과다. 모든 구종의 제구가 정상급이다.
사실상 현재 팀 내 에이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실력뿐만 아니라 류현진의 책임감이 이를 보여준다. 팀 내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본토 개막전 선발 등판이 유력했지만 등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오른손 에이스 잭 그레인키는 아직 몸 상태가 온전히 올라오지 않았다. 호주 개막 2연전부터 그레인키를 대신해 시드니까지 날아가 등판한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의연했다. 다 잡은 경기를 놓쳤지만 “한 경기일 뿐이고 일 년에 여러 경기를 하기 때문에 크게 마음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다. 더욱이 홈 개막전 등판 가능성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던지라고 하면 던진다. 난 던질 수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돈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상태를 보고 홈 개막전 등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팀 내 3선발 가운데 가장 시즌을 잘 준비한 류현진이다. 시범경기부터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반면 그레인키와 커쇼의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각각 5.40과 9.20이다. 그레인키와 커쇼는 몸 상태를 시즌 개막에 맞춰 준비하는데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류현진은 착실히 제 임무를 다했다. 류현진이 5일 열리는 홈 개막전에도 등판할지 궁금하다. 류현진이 현재 다저스에서 가장 신뢰를 주는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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