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다 겪은 배우 오현경, 그는 과연 해탈의 아이콘이었다.
오현경은 지난 3월 31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서 그 어떤 여배우보다 소탈하고 솔직한 모습을 선보였다. 보통 사람들이 겪는 고난을 몇 배는 더 감당했어야 했던 그에게 MC 이경규는 그를 향해 '해탈의 아이콘'이라는 정의를 내렸다.
이날 방송에서 오현경은 민감한 질문에도 피하지 않고 모두 대답했다. 오히려 그의 밝은 모습에 MC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눈물 바다가 될 것이라는 예감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현경은 세상 풍파를 모르는 소녀처럼 웃는 낯으로 토크를 이어갔다.

먼저 그에게 날아온 민감한 질문은 역시 성형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경규는 "항간에는 보톡스 마니아란 말이 있다"는 돌직구를 날렸다. 여배우, 아니 여자라면 누구나 민감한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오현경은 "재활 목적이었다"면서 "악관절 수술을 했다. 말을 하다가도 턱이 빠졌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수술로 인해 얼굴이 다 흉터조직이다. 턱을 고정시키기 위해, 얼굴의 균형을 잡기 위해 보톡스를 맞았다"고 말했다. 자신은 절대 "턱을 깎은 게 아니"라는 너스레까지 이어졌다.
싱글맘이라는 특별한 환경 또한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딸 채령 양에 대해 이야기하며 "주눅들지 않는다"며 "동네에서 좋은 분들을 만났다. 엄마들끼리 사임당이라고 부른다. 신까지는 너무 한 것 같아 사임당이다"고 이야기했다. 오현경 특유의 밝은 유머가 싱글맘 이야기에도 섞여 들었다. 이어 그는 "내가 일을 하고 있어도 아이를 챙겨준다"면서 당당하고 긍정적인 싱글맘 라이프를 설명했다.
싱글맘 이야기 뒤로는 배우라는 직업의 고충도 이어졌다. 그는 "배우란 불러줘야 할 수 있는 직업이고, 유통기한에 운이 따르기도 한다. 버려지고 뒹굴고 꺼내진다. 서글프다"며 "40대 나이에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작품도 없다. 한 번의 거절이 1년의 공백이 될 지, 2년의 공백이 될 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현경은 "저는 그래서 별로 고르지 않는다"고 재치 있게 덧붙였다.
사실 오현경에게 가장 큰 고난은 악관절 수술이었다. 이로 인해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그는 악관절 수술에 대해 "인생 최대의 고통"이라고 회상했다. 국내에서의 수술 실패, 그리고 미국에서의 재수술까지 오현경은 입이 1cm도 벌어지지 않는 상황을 겪었다. 그 때, 국내에서는 그가 미용을 위해 수술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러한 소문은 그가 브라운관으로 컴백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오현경은 그 때 울어야만 했다. 그는 "많이 울었다. 대사는 잘 안 되고 연기도 안 됐다. 사람들은 욕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처럼 오현경을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을 겪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 법한 그런 일들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밝았다. 소녀처럼 발랄하기까지했다. 오현경의 유머는 MC들의 웃겼고, 그의 모든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오현경만큼 '힐링캠프'의 게스트로 어울릴만한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그는 해탈했고, 웃음지었다. '해탈의 아이콘'의 솔직한 토크에 안방극장을 밝고 희망차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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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