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기에 눌려 어깨를 펴지 못하던 남성들의 모습이 서서히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배우 지창욱의 열연이 단연 돋보인다.
지창욱은 지난 31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날카로운 카리스마부터 분노, 그리고 이성을 잃고 실성한 왕의 모습까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날 타환(지창욱 분)은 분노로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타환은 승냥(하지원 분)이 자신을 가로막고 상자를 열지 못하도록 날선 모습을 보이는 것에 힘들어했다. 그는 황태후(김서형 분) 앞에선 승냥의 편을 들었지만 골타(조재윤 분)에게 "승냥이 멀어진 것 같다. 조금 달라졌다"라고 힘들어했다.

이에 골타는 "귀비는 원래 멀리 있었다. 귀비에게 휘둘린다면 귀비를 가질 수 없다. 내가 죽더라도 충언을 해야겠다. 한낱 후궁 따위에 흔들리지 마라"고 충고했고 이를 들은 타환은 무섭게 분노했다. 그는 "그 누구라도 내 앞에서 승냥을 욕하는 사람은 용서치 않을 것이다"라고 화를 냈다.
또한 황태후가 승냥의 뺨을 때리는 부분에서도 타환의 분노는 놀라웠다. 황태후는 바얀(임주은 분)의 꾐에 넘어가 승냥이 마한을 학대했다고 오해, 타환의 앞에서 승냥의 뺨을 때렸다. 이를 목격한 타환은 "아무리 내 어미라 해도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승냥이다"라며 분노해 천하의 황태후마저 당황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극 말미 등장한 실성한 왕의 모습은 단연 압권. 승냥과 왕유(주진모 분)의 거짓 밀서에 넘어가 질투심을 표한 그는 5년 뒤, 매일을 술로 보내며 실성하고 말았다. 그는 패전 소식을 알린 장수를 그 자리에서 죽인 뒤 "내 술맛을 떨어지게 했다"는 이유를 댔다. 그리고는 실성의 근본적인 이유, 승냥을 바라봐 시선을 모았다.
분노와 질투, 실성까지 다양한 모습을 한 회에서 모두 보여준 지창욱의 열연은 단연 '기황후' 42회의 하이라이트였다. 그간 드라마 '웃어야 동해야', '무사 백동수', '다섯 손가락'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아왔던 그이지만 이번 작품에선 넓은 연기 폭을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
사실 '기황후'는 제목에서 나타나있는 것처럼 승냥의 이야기가 주된 극의 전개. 때문에 승냥과 그를 없애려 하는 적들과의 전략, 기싸움이 '기황후'의 가장 큰 재미였다. 덩달아 승냥을 연기하는 하지원과 그의 최대 적으로 꼽혔던 타나실리 역의 백진희, 그리고 지금은 김서형과 황후 바얀 역의 임주은까지 여자배우들의 기싸움이 '기황후' 인기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속에서 지창욱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만큼은 그 누구보다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이쯤 되면 '기황후'를 지창욱의 재발견이라 정의 내려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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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