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 LA 다저스)의 페이스가 초반부터 뜨겁다. 벌써부터 첫 시즌 성적을 뛰어넘는 성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미국 본토 개막전으로 관심을 모은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7이닝 3피안타 7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셋업맨 브라이언 윌슨의 부진으로 승리는 날아갔지만, 류현진의 투구는 어떠한 찬사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났다. 지난 호주 2연전 2번째 경기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류현진은 이번 시즌 2경기에서 12이닝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번째 등판이었던 샌디에이고 전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제구와 다양한 구종 활용은 이번 시즌 전망을 더욱 밝게 만들었다.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비롯해 슬라이더, 커브로도 최소 1개씩의 탈삼진을 기록한 류현진은 어떤 구종도 결정구로 쓸 수 있다는 것을 타자들의 머릿속에 심어줬다.
특히 커브의 활용은 타순이 한 바퀴 돌았을 때 큰 힘을 발휘했다. 느린 공으로 타이밍을 빼앗는 동시에 우타자를 상대로 멀게 느껴지는 공으로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커브는 샌디에이고전 처럼 제구력이 뒷받침 될 경우 든든한 무기가 된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확실히 발전했다. 지난 시즌에도 류현진은 위 4가지 구종으로 타자들을 상대했지만, 슬라이더와 커브가 지금의 수준과 달랐다. 위기관리 능력은 한국에서부터 뛰어났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자들이 포심 패스트볼을 걷어내고 체인지업에 속지 않으면 한 이닝에 20개 이상의 공을 던지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전에서는 1회 이후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클레이튼 커쇼가 데뷔 후 첫 부상자 명단(DL)에 올라 팀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류현진의 호투 행진은 돈 매팅리 감독을 웃게 하고 있다. 지난해 잭 그레인키의 부재 속에 시즌 초 2선발 역할을 했던 류현진은 이제 커쇼의 공백까지 메우고 있다. 지난 시즌 초와 비교하면 실질적 2선발에서 실질적 에이스로 위치가 격상됐다.
바뀐 위치만큼 더 좋은 성적도 충분히 기대된다. 첫 시즌 역시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뛰어났지만 이러한 페이스라면 이번 시즌에는 지난해 이루지 못한 15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도 바라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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