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야수 이진영(34)이 가슴에 ‘캡틴’ 마크를 달고 선발투수들의 승리도우미가 되려고 한다.
이진영은 지난 3월 30일 잠실 두산전에서 개인 통산 5번째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팀의 14-4 대승을 이끌었다. 개막 2연전 첫 경기 멀티히트에 두 번째 경기 만루홈런으로 2014시즌을 가볍게 시작, 국민 우익수의 힘을 과시한 것이다. 이날 선발투수로 프로 데뷔전을 치른 LG 고졸 신인 임지섭 또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후 이진영은 “임지섭의 프로 첫 승에 보탬이 돼 기쁘다. 점수를 많이 내서 지섭이를 편하게 해주고 싶었고 그래서 집중력이 더 생겼다. 그 집중력이 좋은 타구로 연결된 것 같다"며 주장으로서 막내의 프로 데뷔전을 확실히 챙겨준 소감을 밝혔다.

이진영은 통산 타율 3할 4리로 매년 3할 타율이 보장된 타자다. 완벽한 스윙을 바탕으로 컨택 능력이 뛰어나며 2스트라이크 이후 타격 자세를 바꿔 끈질기게 상대 투수를 물고 늘어진다. 지난 시즌에는 11년 만에 국내무대에 복귀, 우여곡절 끝에 LG 유니폼을 입은 후배 류제국에게 수 많은 승리를 선사했었다.
2013시즌 이진영은 류제국이 선발 등판한 20경기서 63타수 27안타, 타율 4할2푼9리를 찍었다. 류제국이 12승 2패 승률 85.7%로 LG의 토종 에이스로 올라서는 것은 물론, 리그 전체 승률왕이 되는 데에도 큰 힘을 보탰다. 류제국은 당시 “진영이형 덕분에 승리를 많이 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내가 나올 때마다 진영이형이 유난히 더 잘 친다. 진영이형한테 고마울 따름이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진영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류제국이 한국프로야구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고교졸업 후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류제국은 LG에 들어올 때 한국의 선후배 문화에 대한 부담을 적지 않게 느꼈다. 그러자 이진영을 비롯한 베테랑들은 류제국에게 ‘망조’라는 별명을 붙였다. 반어법을 통해 서로 한 번씩 웃고 지나갔고 류제국은 팀 동료들과 보다 가까워졌다.
류제국은 다승왕 후보이다. 프로야구 게임 '프로야구 2k14' 시뮬레이션 결과 다승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프로야구 2K14'는 나만의 선수 육성시스템 '마이플레이어'를 채택해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이다. 류제국이 실제로 다승왕을 따내기 위해서는 작년처럼 이진영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진영의 반어법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나왔다. 이진영은 시범경기서 부진했던 류제국을 두고 “네 운은 작년에 다 썼다. 올해는 너 2승 14패할거다”고 행운을 불렀다. 신기하게도 류제국은 시범경기가 끝나고 3월 25일에 열린 넥센과 야간 연습경기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넥센과 연습경기 다음날 류제국은 “시즌 준비는 끝났다. 일단 작년 이 맘 때보다 훨씬 좋다. 마지막 리허설을 잘 마쳤으니까 잘 될 것이다”고 시범경기 부진을 극복, 2014시즌을 맞이하는 마음을 전했다.
이진영은 2014시즌 개막을 앞두고 “LG가 작년 한 해 잘한 것 가지고 너무 기세가 올라간 게 아니냐고 웃는 사람도 있다더라. 시즌 들어가서 뚜껑 열어보면 왜 우리가 자신감이 넘치는지 알게 될 것이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LG는 1일 SK를 상대로 홈개막전에 임한다. 류제국이 선발 등판하는 가운데 류제국은 2013시즌 SK를 상대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86, 이진영은 타율 3할을 올렸다. 둘이 이번에도 동반활약을 펼쳐 팀 승리를 이끌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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